래퍼 블랙넛 김대웅씨(오른쪽). © News1 성동훈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자작곡 가사와 공연 등을 통해 다른 래퍼를 성적으로 ‘디스’한 경우 형법상 모욕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디스는 힙합계 전반에서 유행하는 문화로,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뜻을 가진 영어 'Disrespect'의 줄임말이다. 표현의 자유보다는 타인의 인격권이 더 중요하다는 게 법원의 일관된 판단이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12일 모욕 혐의로 기소된 래퍼 블랙넛(김대웅·30)의 상고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
블랙넛은 2017년 3월 발표된 'TooReal'이란 곡을 통해 래퍼 키디비(김보미·29)를 성적으로 모욕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또 2016년 2월~2017년 9월 4차례의 공연 도중 키디비 이름을 언급하며 성적 모욕감을 주는 퍼포먼스를 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블랙넛은 힙합 장르에서 특정 래퍼를 언급해 ‘디스’하는 행위가 존재하고 이는 충분히 용인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권리로 두텁게 보호돼야 하지만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경우까지 무제한으로 보호될 수 없다"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도 "블랙넛이 한 모욕적 표현은 힙합 음악의 형식을 빌렸을 뿐 아무런 정당한 원인도, 맥락도 없는 성적 희롱이나 비하에 불과하다"며 1심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힙합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예술분야와 달리 이 행위가 특별히 용인된다고 볼 합리적 이유도 없으므로, 피고인에게 모욕의 고의가 인정되고, 이를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이 사건 모욕죄 인정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정당한 제한"이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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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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