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직업자유 제한 vs. 병역기피 우려.. 선천적 복수국적자 위헌 따져본다

헌재, 공개변론 열고 의견 수렴

미국인과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자동으로 복수 국적을 갖게 된 교포 남성이 만 18세때 국적 선택 시기를 놓치면 20여년 간 한국 국적을 유지토록 한 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공개변론이 열렸다.

현행법은 부모 중 한명이 한국인이면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되는데, 이 중 남성은 18세가 돼 병역준비역에 편입된 때부터 3개월 안에 한국 국적 포기를 결정해야 한다. 이 기간을 넘기면 병역의무가 없어지는 38세까지 한국 국적을 이탈할 수 없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측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면서 위헌을 주장했고, 반대진영에선 "국적법은 징병제를 위한 불가피한 수단"이라고 맞섰다.

헌법재판소는 리스토퍼 멀베이 주니어가 국적법 12조2항 등에 대해 낸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12일 공개변론을 열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멀베이는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 시민권이 있지만, 한국인 어머니 때문에 한국 국적을 함께 취득한 재미교포 2세다.

헌법소원 청구인은 현행 국적법이 국적이탈의 자유를 제한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점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청구인의 대리인은 "외국에 생활기반을 둔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지금도 합법적으로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 사건은 병역사건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애초 한국 병역자원으로 보기 어려운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한국국적 이탈을 장기간 제한해 직업선택 자유를 제한하는 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복수국적을 가진 경우 공무원, 공직진출 등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법무부 측 대리인은 "개인적 사유를 주장해 국적이탈기회를 추가로 얻는 건 병역기피와도 관련이 있다"며 "복수국적자로 주요공직을 맡는 사례가 외국에 존재하고, 근본적으로 미국에서 공직진출에 제한이 있다는 이유로 국내법령의 위헌을 구할 이유가 상당한지도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법무부 측은 "생활기반이 외부든 국내든 병역의무 측면에서 두 복수국적자 집단이 다르지 않고, 모든 국민에 대한 병역의무를 규정하는 이상 의무는 평등하게 지워져야 한다"며 평등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