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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깜깜이 엔진 시험에 '다탄두 ICBM' 개발설까지…기술력 의문

한국국방연구원 "북, 다탄두 ICBM 개발 노력할 가능성" 제프리 루이스 "7분에 걸친 엔진 시험은 다탄두 가능성" 다탄두 독립목표 재돌입 탄도 미사일, 현존 최강 핵무기 류성엽 "1단 엔진의 클러스터링 기술은 다탄두화 기술" 이춘근 "다탄두화에 재진입 기술 필수, 北 기술 미지수"

北 깜깜이 엔진 시험에 '다탄두 ICBM' 개발설까지…기술력 의문
[서울=뉴시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센터'의 제프리 루이스 소장이 8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8일자 북한 서해위성발사장 일대의 위성 사진. 북한이 '중대한 실험'을 했다고 밝힌 다음날의 모습으로, 오른쪽 원 부분에 지표면이 흩어져 있는 것이 보인다. 엔진 시험과정에서 발생한 배기 가스 때문에 생긴 자국으로 추정된다. <제프리 루이스 트위터>2019.12.10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북한이 동창리 서해 위성 발사장에서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엔진 시험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북한이 다탄두 기술까지 습득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 산하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16일 발간한 '2020 국방정책 환경 및 과제' 보고서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 결렬 시 북한 당국이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과 다탄두 ICBM 개발 등을 위한 노력을 보일 수 있다"며 북한이 다탄두 대륙간 탄도 미사일 개발을 추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사일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비확산센터 소장도 16일 미국의소리 방송(VOA)에서 "7분에 걸친 엔진 시험은 궤도폭탄이나 다탄두를 위한 시험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일련의 전망은 북한의 최근 2차례 대륙간 탄도 미사일 엔진 시험과 연결된다. 북한이 화성-14형(ICBM급)·15형(ICBM)에 쓰인 '백두 엔진'보다 출력이 센 신형 액체연료 엔진을 시험했을 가능성이 큰 가운데 이를 통해 다탄두 기술 적용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탄두 재돌입 탄도 미사일(multiple reentry vehicle, MRV)이란 탄도 미사일 1기에 여러 개 탄두를 장치한 것이다. 탄도탄 요격 미사일(anti-ballistic missile)의 발달로 탄두가 표적에 도달하기 전에 격추 당할 위험이 커지면서 하나의 미사일에 여러 개의 탄두를 장치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하나의 탄두가 격추되더라도 나머지 탄두로 공격할 수 있다.

여기서 1단계 더 발전하면 다탄두 독립목표 재돌입 탄도 미사일(multiple independently targeted reentry vehicle, MIRV)이 된다. 이 무기는 현존하는 핵무기 중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평을 듣는다. 로켓에 여러 개의 탄두를 싣고 대기권 밖에서 분리시켜 각각 다른 목표를 동시에 타격한다.

다탄두 독립목표 재돌입 탄도 미사일이 대기권에 재돌입하는 단계에서 다수의 탄두가 별도로 유도되면서 각기 다른 목표를 공격한다.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 중국이 이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북한의 이번 엔진 시험은 다탄두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일 가능성이 있다. 탄두를 여러개 장착하려면 엔진 성능이 더 좋아져야 하는데, 북한의 시험이 이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17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1단 엔진의 클러스터링 기술은 대륙간 탄도 미사일이나 위성 발사체의 탑재중량과 투발량을 증대시키기 위한 기술"이라며 "또 이 기술은 대륙간 탄도 미사일의 대형화와 다탄두화를 위한 기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탄두 수를 늘리려면 1단 엔진 추진력이 어느 정도 확보돼야 한다"며 "1단 엔진 추진력이 좋아졌다면 다탄두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다탄두 독립목표 재돌입 탄도 미사일 기술을 완벽히 확보하지는 못했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이 기술을 완벽히 습득하려면 탄두 소형화와 탄두별 유도 장치, 재진입 기술 등이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춘근 위원은 "북한이 다탄두로 가기로 했다면 탄두 형상은 뾰족한 형태가 된다"며 "뾰족한 형태로 재진입할 때 열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을지 미지수다. 북한이 아직 재진입 능력을 대외에 보여준 바 없다. 기술 장벽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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