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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수입품 859개 품목 관세 인하..美와 무역합의 앞두고 ‘통큰 결정’

새해부터 시급한 돼지고기 적용
내년 7월부터 176개 IT부품도 ↓
한국 등 中교역 23개국 감세 혜택

中, 수입품 859개 품목 관세 인하..美와 무역합의 앞두고 ‘통큰 결정’
중국 상하이의 양산 심해항 부두 전경. 로이터 뉴스1
미국과 '1단계 무역 합의'를 앞두고 있는 중국이 수입품 859개 품목에 붙이던 관세를 대폭 인하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을 의식해서 내린 조치라고 분석했으며 결과적으로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교역하는 23개국이 감세 혜택을 보게 됐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23일 냉동 돼지고기와 반도체 설비, 의약품 등 859개 품목의 수입품에 적용하는 관세를 내년 1월 1일부터 낮춘다고 발표했다. 세칙위는 구체적인 감세율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기존 관세 최혜국 세율보다 낮게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일단 중국 정부는 내년 설을 앞두고 당장 급한 수입산 냉동 돼지고기를 감세 목록에 올렸다. 현지 양돈 농가는 지난해 8월부터 번진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초토화됐으며 지난달 중국이 수입한 돼지고기는 전년 동월보다 150% 이상 급증했다. 세칙위는 이외에도 냉동 아보카도와 오렌지주스 등도 감세 목록에 포함시켰다. 반도체 시험 및 포장 장비와 메모리 반도체, 알루미늄 밸브 등도 혜택을 받는다. 일부 당뇨 및 천식 약품의 경우 관세율이 0%에 이를 전망이다.

세칙위는 또한 내년 7월 1일부로 176개 IT 수입품에 붙이는 관세를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2020년 안에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들이나 기타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협력국에 적용하는 관세를 협정대로 낮출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당 조치가 시행되면 한국을 포함해 싱가포르, 뉴질랜드 등 23개국이 8000개 이상의 품목에서 감세 혜택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성명에서 세칙위는 "이번 조치는 수입 비용을 줄이고 국내외 무역의 질서 있는 흐름을 증진하며 열린 경제의 새롭고 높은 수준의 체계 건설에 기여한다"고 평했다. 이어 "중국은 자유무역지대를 위한 높은 수준의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비록 세칙위가 미국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번 조치의 배경에 미국이 있다고 추측했다. 양측은 이달 발표에서 다음달 1단계 무역 합의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자세한 합의 내용을 알리지 않으면서도 중국이 앞으로 최소 연 400억달러의 미국산 농산물을 포함해 향후 2년간 2000억달러(약 232조원) 규모의 미국 제품을 수입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이같은 수입 물량을 소화하려면 결국 타국에서 수입하는 양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중국 싱크탱크인 중국세계화센터(CCG)의 왕휘야오 창립자는 WSJ를 통해 "만약 중국이 미국 수입품 관세만 줄일 경우 다른 많은 국가들이 불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이번 조치는 (미국과 합의에 대한) 걱정과 열린 무역에 대한 중국측 대답"이라며 "중국이 결과적으로 미국에 편향적인 태도에 대해 비난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