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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석탄사용 다시 ‘사상최고’ 근접..기후위기 보단 ‘에너지 안보’ 우선

무역전쟁·사우디 유전 불안에
안정적 에너지원 확보 길찾기
"석탄 억제 정책 사실상 포기"
EU, CO2 배출억제 노력 ‘난관’

中 석탄사용 다시 ‘사상최고’ 근접..기후위기 보단 ‘에너지 안보’ 우선
중국이 석탄 사용량이 다시 사상최고치에 근접했다. 미국과 무역전쟁으로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 석탄 수요가 늘어난데다 사우디아라비아 유전이 미사일 공격을 받은 뒤 안정적인 에너지원 확보가 화두로 떠오른데 따른 결과다. 올들어 중국의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 규모는 비록 2017년 이전 허가된 발전소들을 마저 건설한 것이기는 하지만 전세계 건설 규모를 다 합친 것보다 많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이산화탄소(CO2) 배출국인 중국이 기후위기와 전쟁에서 미국을 대신한 지도자 자리보다 경제성장과 에너지 안보를 우선하기 시작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지난 3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석탄 소비량은 이제 사상최고치 수준에 육박하는 규모로 확대됐다. 이미 중국은 10월 리커창 총리의 연설을 통해 석탄산업 발전으로 방향을 틀었음을 시사한 바 있다. 리총리는 국가에너지위원회(NEC) 연설에서 에너지 안보를 위한 석탄산업 발전을 목표로 제시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 행정부의 압력과 국내 심각한 대기오염을 막기 위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추구하던 석탄산업 억제를 사실상 포기했음을 뜻한다.

중국의 방향전환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둔화를 인프라 투자로 완화하려는 정부의 방침과, 지난 9월 중국의 최대 석유수입국인 사우디에 대한 드론·미사일 공격에 따른 석유수급 차질 우려가 정책전환을 부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석탄 억제 포기라는 정책전환으로 인해 미국의 기후협약 탈퇴 이후 중국과 함께 기후위기에 공동대응하려는 유럽연합(EU)의 노력 역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 중국의 정책전환은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기 위한 더 적극적인 CO2 배출 억제, EU가 추진하는 국가별 CO2 배출규모 추가 감축 노력이 난관에 부닥치게 됐음을 시사한다.

중국의 석탄 소비를 부추기는 주된 배경은 인프라 투자 확대다.

미중 무역전쟁 충격 완화를 위해 중국이 인프라 투자를 통한 총수요확대 정책을 펴면서 철강, 화학 분야의 석탄 수요가 늘었다. 에너지·청정대기연구소(CRECA)에 따르면 올들어 10월까지 철강과 화학부문의 석탄수요는 각각 7%, 11% 늘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기후협약 탈퇴도 중국이 석탄소비를 늘리게 된 주요 배경 가운데 하나다. 중국은 2014년 오바마 당시 미 행정부와 CO2 감축에 공조하기로 합의했고, 그 해 중국의 석탄소비는 2013년 고점 이후 처음으로 감소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의정서 탈퇴를 선언하고 중국이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신흥국 지도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지만 미국의 압박이 느슨해지면서 중국은 슬그머니 정책 우선순위를 바꿔버렸다.

미중 무역전쟁은 중국의 에너지 독립 욕구를 강화하는 작용도 하고 있다.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연구소(CGEP)의 에리카 다운스 선임 연구위원은 "에너지 교역과 에너지 수입 의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중국의 석탄 의존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2019통계연감에 따르면 중국의 석유수입 의존도는 지난해 72%를 기록해 50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또 선적흐름을 추적하는 데이터 제공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중국의 11월 석유수입은 사상최대를 기록했고, 증가분 대부분이 사우디 석유였다.

사우디 석유에 대한 중국의 의존도는 미국의 경제제재로 이란과 베네수엘라 석유 수입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석탄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천연가스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도 한 몫 하고 있다.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중국이 석탄에서 천연가스 발전으로 방향을 틀고는 있지만 공급이 부족해 이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내년 세계최대 천연가스 소비국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은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신설해 이달부터 북동부 지역에 공급을 시작했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 규모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본격적인 공급이 시작되는 내년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규모는 약 80억㎥로 중국의 내년 천연가스 수요 증가분의 20%에 불과할 전망이다. 러시아 이외 지역에서 천연가스를 수입한다고 해도 부족분을 석탄 등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