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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무역 전사 나바로, 미중 합의에 '세계주의자' 비난"

대중 강경파 나바로, 1단계 무역합의 반대 반중 저서 속 허구 인물 인용해 화제되기도 "본인 사무실을 특수부대로 생각해" NYT

"트럼프의 무역 전사 나바로, 미중 합의에 '세계주의자' 비난"
[워싱턴=AP/뉴시스] 10월8일(현지시간)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백악관에서 TV 인터뷰 중인 모습. 2019.12.27.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대중 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1단계 무역협상에 강하게 반대했으며, 여전히 중국을 압박할 방법을 찾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1단계 무역합의를 논의하려고 2주 전 경제 관리들을 불러모았을 때의 상황을 보도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행정부 관리에 따르면 나바로는 관세를 철폐하는 협상은 미국을 약하게 보이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안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세계주의자(globalist)"라고 비난했다.

이 표현은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해온 '애국주의자(patriot)'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쓰였다고 풀이된다. 케임브리지 사전은 '세계주의자'를 '경제, 외교 정책이 특정한 국가에 최선인 방향보다는 국제적인 관점에서 수립돼야 한다고 믿는 사람'으로 설명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본능을 부채질하고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독려해온 나바로에게는 익숙한 주장이었지만,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설득되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에는 다른 참모들의 반대에도 나바로의 말을 듣고 대중 추가 관세 계획을 발표했었다.

하지만 2020년 대선을 앞두고는 합의를 택했다.

13일 양국 발표에 따르면 미국은 1200억달러 규모 중국산의 관세를 15%에서 7.5%로 낮추고,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대량 구매와 대미 추가 관세 유예를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백악관에서 열린 규제 완화 관련 행사에서 "중국과의 합의는 엄청난 거래"라며 "나는 세계주의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나바로는 회의 발언에 관한 언급을 거부했다고 NYT는 전했다. 그는 "내부 논의의 성스러움과 보안 그리고 국가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 집무실에서 벌어지는 일은 집무실에서 끝나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사인 나바로는 지난 3년 동안 기존 무역 거래를 파기하도록 트럼프 대통령을 부추겨왔다고 NYT는 전했다.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정부 및 사업 경험이 거의 없는 나바로는 세계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감을 자극해 무역 정책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중국 관련 전문성은 떨어진다고 평가된다. 나바로는 중국어를 하지 못하며 지난해 미국 대표단 자격으로 중국에 간 게 2번째 중국 방문이었다고 한다.

저서에서 실존 인물이 아닌 '론 바라(Ron Vara)'를 마치 존재하는 인물처럼 인용해 학자들의 비웃음을 받기도 했다. 문제가 되자 나바로는 론 바라가 자신의 필명이라고 해명했다. 론 바라는 나바로의 반중 저서에서 중국을 비난하는 주장을 설파하는 데 자주 쓰였다.

나바로와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을 공동 집필한 그레그 오트리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 교수는 "어떤 중대한 합의가 만들어져도 나는 회의적이다. 중국인들은 합의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나바로는 관세 외에 중국에 대항할 다른 방법을 찾아냈다고 NYT는 전했다.

올해 초 나바로는 만국우편연합(UPU) 규정에 따르면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이 개발도상국 할인을 받고 있다며 항의했다. 현재 미국은 UPU를 탈퇴하겠다고 회원국을 압박하고 있다.


다른 사례도 있다. 물류 서비스 회사인 크롤리 마리타임 경영진이 나바로에게 해군이 중국산 수송선을 조달하려 한다고 말하자, 나바로가 개입해 입찰을 무산시켰다.

나바로는 자신의 사무실을 연방 관료조직 내의 특수부대 같은 존재로 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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