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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장단기 수익률 격차 큰폭 확대…새해 경제전망 ‘맑음’ 예고

연준 금리인하·무역합의 기대감
장기금리 상승은 ‘경기개선’ 신호
"지나친 낙관은 경계" 목소리도

美 장단기 수익률 격차 큰폭 확대…새해 경제전망 ‘맑음’ 예고
미국 수익률 곡선이 새해 세계 경기 회복을 점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신속한 3차례 금리인하와 미국과 중국간 무역합의 기대감이 새해 낙관적인 세계 경제 전망으로 이어지고 있고, 이같은 기대감이 수익률 곡선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장단기 수익률 격차 흐름을 나타내는 수익률 곡선은 1년여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12월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채권시장의 경기전망을 반영하는 미 장단기 수익률 격차는 이날 2018년 10월 이후 1년 2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장기채 기준인 10년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단기채인 2년만기 미 국채 수익률보다 0.33%포인트(33BP) 높았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0.04%포인트 뛴 1.91%로 오른 반면 2년물 국채 수익률은 보합세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앞서 2년,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격차는 8월 중 마이너스(-)0.05%포인트까지 역전된 바 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미래 위험, 저축에 대한 보상 등으로 장기 국채 수익률이 단기 국채 수익률보다 높아야 하지만 시장의 경기전망이 악화하면 장기금리가 하락하고 단기금리가 오르는 현상이 빚어진다. 향후 경기악화로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더 낮아질 것이란 예상 등이 시장 흐름을 바꾸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지난 50년간 경기침체가 있기 전에는 반드시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이 있었던 터라 세계 경기 전망이 암울한 가운데 미국 역시 그 충격을 피하지 못하고 침체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연준의 금리인하와 미·중 무역전쟁 휴전 분위기가 새해 경제전망 흐름을 바꿔 놓는 모양새다. 연준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벌이고 있는 무역전쟁을 포함한 세계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해 2019년 3차례 금리를 인하했고, 12월 회의에서는 정책 변동 '일단 멈춤'을 예고한 바 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뛰거나 경제가 둔화하고 있다는 뚜렷한 지표가 나오기 전까지는 현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시사했다.

숨가쁘게 이어지던 미중 무역전쟁도 한숨을 돌리고 있다. 12월 미중이 '1단계' 무역합의에 사실상 도달하면서 기존 관세 인하와 추가 관세 연기라는 성과를 냈다. 이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중이 다음주께 워싱턴에서 1단계 합의에 서명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장기 금리 상승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일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날 독일 국채 기준물인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0.07%포인트 뛰며 -0.19%를 기록했다.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본 10년만기 국채 수익률 역시 상승세를 보여 약 8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장기 금리 상승은 시장의 경기전망이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신호 가운데 하나다.

블리클리 어드바이저리 그룹의 최고투자책임자(CIO) 피터 북바는 주식시장은 2019년 연준의 3차례 금리인하와 미중 무역전쟁 휴전 합의 의지에 힘입어 이미 2020년 세계 경제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바는 "주식시장은 무역합의와 연준의 확장적 통화정책에 힘입어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상승하고 있다"면서 "만약 모든 상황이 놀라울 정도로 개선됐다는 주식시장의 판단이 옳은 것으로 나타난다면 지금같은 저금리는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증시는 비록 이날 소폭 하락했지만 지난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사상최고치를 3번이나 갈아치우고, 나스닥 지수는 9000선을 돌파하는 등 2019년에 탄탄한 모습을 보였다. 세계 증시에도 이같은 기대감이 반영되기는 마찬가지다.

전세계 주식시장 흐름을 나타내는 FTSE 전세계지수는 2019년 24% 뛰었다. 세계 금융시장이 2008년 금융위기에서 회복해가던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자산운용사 보스턴 파트너스의 글로벌 시장 리서치 책임자인 마이크 멀레이니는 "우리가 침체에서 벗어났다"면서 "경기선행지표들도 개선되기 시작했다"고 기대했다.


다만 지나친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블리클리의 북바는 수익률 곡선 급등이 단기에 그칠 수도 있다면서 아직 상당규모의 관세가 남아있고 세계 경제성장 전망이 그다지 좋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껏해야 2020년 미국은 2% 안팎 성장하는데 그치고, 유럽은 성장률이 1%를 넘지 못할테고, 중국은 여전히 둔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