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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베트남 KEB하나은행 "현재보다 미래를 바라본다"

금융강국, 신남방에서 길을 찾다
2.KEB하나은행 호찌민 지점
호찌민 지점 2015년 개점 ‘늦깎이 진출’
자산 1위 은행 ‘BIDV’ 지분 15% 인수
방대한 영업망 활용 눈에 띄는 성장 기대

[신년기획] 베트남 KEB하나은행 "현재보다 미래를 바라본다"
KEB하나은행 호찌민 지점 입구. 입구에 새겨진 하나은행 영문로고와 특유의 색깔이 한국에 있는 하나은행 지점을 연상케 했다.
[신년기획] 베트남 KEB하나은행 "현재보다 미래를 바라본다"
KEB하나은행 호찌민 지점 1층 영업창구. 영업창구가 크지는 않았지만 그 나름대로 정돈돼 있었다. 점심시간이었지만 고객들이 적지 않았다.
【호찌민(베트남)=최경식 기자】 호찌민 시내 가로수가 우거진 광장을 지나 KEB하나은행 호찌민 지점이 있는 건물에 다다랐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 점심 시간이었지만 지점 안팎엔 고객이 적지 않았다. 지점 외관에 새겨진 하나은행 영문 로고와 특유의 색깔, 그리고 1·2층 영업창구는 한국에 있는 하나은행 지점을 연상케 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한국에 있는 지점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귀띔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2007년 호찌민사무소를 개소한 이후 2015년 지금의 호찌민 지점을 개점했다. 현재 하나은행 호찌민 지점의 자본금은 7000만달러다.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만큼 아직 다른 은행 대비 자본 규모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베트남 하나은행의 미래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최근 하나은행은 베트남내 자산기준 1위 은행인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 지분 15%를 인수하며 2대주주로 등극했다. 앞으로 BIDV의 방대한 영업망을 활용, 인프라와 리테일(소매금융) 부문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거둬 리딩뱅크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몇 년 후 이곳 하나은행 호찌민 지점이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고객·직원 현지화 지속 추구
기자가 정문 출입구를 지나 1층 영업창구 앞으로 걸어갔다. 영업창구가 크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정돈돼 있었다. 하나은행은 현지 진출이 비교적 늦었지만, 고객과 직원의 현지화를 꾸준히 추구하고 있다. 현재 전체 고객의 10% 이상이 현지 기업이고, 직원도 대부분 현지인(본국직원 4명+현지직원 17명)으로 꾸려져 있다. 초기에는 현지 진출 국내기업들과 주로 거래해 왔다면, 베트남 경제가 성장을 거듭하면서 최근 몇 년 전부터는 현지 기업과의 거래가 늘고 있다.

영업창구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잠시 대기하고 있던 현지기업 고객과 이야기를 나눴다. 쑤언릭이라는 50대 중년 남성이었다. 하나은행을 이용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직장과 거리가 멀지 않고 직원들도 친절하며 금융서비스의 질도 좋아 예전부터 꾸준히 거래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현지 고객은 "오늘 처음 와서 이용해봤다"며 "다른 은행들도 많아 하나은행이 확연히 눈에 띄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와서 이용해보니 생각보다 괜찮다"고 전했다.

1층 영업창구를 지나 2층으로 올라갔다. 부문별로 나눠진 직원들이 1층처럼 고객을 직접 응대하며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기업여신 부문에서 근무하는 응원티킴안(30)이라는 여성직원을 만났다. 그는 대학교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 역사 등을 전공하는 등 한국과의 친밀도가 높았다. 하나은행에 오기 전에는 금호건설에서도 일했다고 한다. 그는 "처음엔 여신 업무가 쉽지 않았지만, 꾸준히 공부하고 경력이 많은 선배에게 도움을 받으며 배우고 있다"며 "최근엔 본사에서 주는 '하나인상'을 받기도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응원티킴안은 명확한 비전도 가지고 있었다. 그는 "한국에 있는 본사에서 호찌민과 하노이를 중요시하니까 앞으로 은행업 공부를 더 많이 해 지점에서 더 크고 중요한 역할을 맡고 싶고 눈에 띄는 성과도 많이 올리고 싶다"고 밝혔다.

[신년기획] 베트남 KEB하나은행 "현재보다 미래를 바라본다"
■"미래 성장성 주목해야"
응원 티 킴안은 다른 직원도 소개해 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직원을 부를 때 직급을 부르지 않고 '언니'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한국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이라 다소 놀라기도 했다. 그는 "지점에선 딱딱한 직급을 부르지 않고 보통 언니·동생 등이라고 부르며 편안하게 대한다"며 "이로 인해 지점 분위기가 매우 좋은데 이는 베트남 특유의 문화에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응원티킴안이 부른 언니 직원인 응우옌티홍하이(여·40)와도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수출입부문에서 외환매매, 보증서 발급, 해외송금 등의 업무를 맡고 있었다. 원래는 하노이에 있는 하나은행에서 일했지만 이곳으로 옮기게 됐고, 지금까지 11년 동안 은행업에 종사해 왔다.


응우옌티홍하이는 하나은행의 현재보다 미래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나은행은 베트남 진출이 비교적 늦어 아직 현지 고객들이 많이 알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앞으로 베트남에서 하나은행이 분명 더 커질 것이고, 하나은행의 직원들은 미래를 바라보며 미리 자신을 계발해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적어도 외국계 은행 중에선 손에 꼽을 정도의 은행이 될 수 있도록 작지 않은 역할을 하는 것이 본인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