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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괴물 퀄컴 상대 승소…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 강펀치"[화제의 법조인]

서혜숙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공정위 직원들과 찰떡호흡으로
1조원대 과징금 적법하다 입증
표준필수특허권자 경각심 가져야

"특허괴물 퀄컴 상대 승소…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 강펀치"[화제의 법조인]
"아직 잔치를 벌일 때가 아니다."

법무법인 바른에서 공정거래그룹장을 맡고 있는 서혜숙 변호사(49·사법연수원 28기·사진)는 공정거래위원회 측을 대리해 '특허괴물' 퀄컴과의 1조원대 과징금 불복소송에서 사실상 승소한 소회를 묻는 질문에 "아직 시작도 안했다. 지금은 분발할 타이밍"이라고 잘라 말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상 최대의 과징금이 걸려 '세기의 소송'이라 불린 만큼 이번 소송에서 퀄컴은 대형로펌 3곳으로 연합군을 꾸려 3년 가까이 공세를 퍼부었다. 그러나 법원은 "1조311억원의 과징금 납부명령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일부 시정명령에 대해서는 취소 판결이 나왔지만, 전체적으로 공정위 측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가장 큰 공헌은 공정위 직원들"

서 변호사는 이번 판결의 '1등 공신'은 사건을 함께 수행한 공정위 측 직원들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정거래 사건을 20년 가까이 맡으며 이번 사건의 의결서처럼 완결성 있고, 경쟁법의 기능을 잘 담아낸 의결서를 보지 못했다"며 "알맹이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법률대리인들은 변론과정에서 재판부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전달자 역할만 잘하면 됐다"고 공을 넘겼다. 그러면서 "공정위 측 주장을 100% 관철시키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제 책임"이라며 "이번 재판에서 일부 패소한 부분도 상고심에서 정신 차리고 뒤집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서 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잘못된 업계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표준필수특허 보유자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서 일반 불공정 거래행위와 차원을 달리 한다"며 "이 경우 막을 수 있는 수단은 경쟁법 뿐"이라고 했다. 이어 "업계 관행을 떠나서 표준필수특허 보유자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해 경쟁법적으로 규제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법원이 잘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도 그 동안 경쟁법의 중요성에 대해 거듭 강조해 왔다. 서 변호사는 "특허권 분야에서 독적력 남용행위를 규제할 필요성이 점점 커지는데, 굉장히 공감되고 시의적절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향후 퀄컴의 행보에 대해서는 "퀄컴이 판결에 불복했기에 서울고법의 판결 취지를 지키지 않을 것이라 예상된다"면서 "판결은 기술과 시장의 빠른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화석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다만 서 변호사는 "퀄컴도 우리나라 판결을 쉽게 무시하고, 사업구조를 예전처럼 유지할 순 없을 것"이라면서도 "만약 상고심에서 지게 된다면, 다른 표준필수특허권자들도 퀄컴을 따라가게 된다. 그러면 정말 재앙"이라고 경계했다.

■"상고심, 살아있는 서면 만들 것"

그는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을 갖고 다른 표준필수특허권자들이 '퀄컴처럼 하면 안 된다'는 표본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더 노력하겠다"며 "ICT업계에서 표준필수특허를 포함한 특허보유자들이 지배력을 남용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일깨우는 판결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고심은 법률심이기 때문에 증인신문 없이 서면공방으로 이뤄져 더 어렵다"며 "하급심에서는 재판부가 대리인의 구두변론이나 표정·자신감을 느끼는 등 커뮤니케이션을 직접하는 반면, 상고심은 서면에 감정과 확신을 담아야 해서 더욱 공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판결이 난지 시간이 꽤 지나 지났지만 서 변호사는 아직 회복이 덜 된 듯 핼쑥해 보였다. 서 변호사는 "사건에 전념하느라 건강을 많이 잃었다"며 "함께했던 동료 변호사들이 없었으면 지금 병원에 있었을 것"이라고 안도의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에게 공정거래법이란 어떤 의미인지 물어봤다. 서 변호사는 "공정거래법은 사회를 통합하는 법이다. 사회구성원들이 살아가는 경제여건이 공정하고, 승자가 독식하지 않는 구조로 만들겠다는 철학이 담긴 법"이라며 "공정위 역할에 기대하고, 숨어서 묵묵히 일하는 공정위 직원들을 응원한다"고 전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