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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생기는대로 낳아라, 대표님 문자에 귀한 셋째 얻었어요"

'출산 장려 전도사'김영식 이사장의 특별한 만남
셋째 생긴 부부의 고민에
세자녀출산지원재단 혜택 알리며
용기 주고 '격려 문자' 보내
그렇게 태어난 우진이와 식사까지
재작년 만든 세자녀출산지원재단
부모들에 출산축하금 지급 외에도
미래세대에 저출산 심각성 알려
중·고교생용 애니메이션 만들고
전문강사가 학교 찾아가 강의도

'안녕하세요, 대표님 저는 서울에 사는 연년생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얼마 전 셋째 임신을 확인하고 또 연년생에다 전혀 계획하지 않았던 셋째가 생겨 고민 끝에 임신 6주에 중절수술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수술 약속까지 잡아놓았고, 남편과 병원으로 이동 중 대표님으로부터 문자를 받게 되었습니다. 경제적·육체적 이유로 뻔히 보이는 고생길이 싫어 아이를 지우러 가는 길에 '아~는 생기는 대로 낳아라' 이 말이 제 가슴을 파고들었고, 마치 신의 계시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이미 수술하기로 마음먹고 낳을 형편이 안되어 수술실까지 갔습니다. 동의서에 사인하고 수술복으로 갈아입으려는데 대표님 문자가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결국 남편과 병원에서 뛰쳐나와 주차장에서 엉엉 울었습니다. 대표님 문자를 받고 낳기로 결정한 만큼 사업 취지에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주변에 둘째 엄마들에게 이런 좋은 재단의 혜택이 있으니 제가 본보기가 되어 낳으라고 장려하고 싶습니다. 대표님께서 지원금을 배려해 주신다면 셋째 꼭 낳아서 주위 엄마들에게 재단 홍보하는 데에 적극 임하겠습니다. 숙고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보내주신 문자 감사합니다.'
"아~는 생기는대로 낳아라, 대표님 문자에 귀한 셋째 얻었어요"
'셋째' 우진이 김영식세자녀출산지원재단 김영식 이사장이 지난 2일 '아~는 생기는대로 낳아라' 글귀 때문에 세상에 태어난 전우진 어린이를 안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영식세자녀출산지원재단 제공


'대한민국 출산 장려 전도사'로 불리는 김영식세자녀출산지원재단 김영식 이사장은 지난 2일 특별한 만남을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부산에서 서울로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문자에 담긴 내용처럼 '아~는 생기는 대로 낳아라'라는 글귀 때문에 이 세상에 태어난 전우진 어린이를 만나 점심을 같이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이 글귀를 받고도 재단 규정상 지급이 어려운 경우라 개인 돈으로 출산 전 200만원과 출산 후 200만원, 이번 만남 후 100만원을 지원하는 열의를 보였다. 여기에다 이 같은 미담을 들은 지인이 뜻을 같이하면서 200만원을 특별히 지원한 경우다.

'출산과 육아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있다'는 위안을 주기 위한 취지로 김영식세자녀출산지원재단을 설립했다는 김 이사장은 5일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서울에서 전우진 어린이를 만났을 때 '이 아이는 내 아들과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출산장려활동에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고 심정을 전했다.

저출산 문제와 관련해 민간에서 사재를 넣어 처음으로 지원재단을 만든 김 이사장은 "저출산 문제 해결이야말로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 미래 출산세대와 함께 가야 하는 사업"이라고 역설했다.

2018년 3월 부산에서 김영식세자녀출산지원재단을 출범한 김 이사장은 약 12년 전부터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출산장려활동을 위해 뛰어온 인물이다.

그동안 500회 넘는 강연에서 받은 강연료와 60만권 가까이 팔린 저서 '10미터만 더 뛰어봐'의 수익금 전부를 출산축하금으로 지급하는 등 국내 유일한 '민간 출산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사람은 돈을 벌 나이가 있고, 돈을 쓸 나이가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이사장은 "저출산 문제를 기성세대에게만 국한해 고민할 것이 아니라 미래를 짊어지고 갈 청소년인 중·고등학생과 함께 국민 모두와 기업, 시민단체 등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세자녀출산축하금 지급사업뿐 아니라 중·고교 학생들에게 교육을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김영식세자녀출산지원재단에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시나리오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화와 관계부처 등의 의견을 받아 중·고교생 수준에 맞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전문강사를 섭외해 강사교육을 해오고 있다.

재단은 이를 기존 세자녀출산축하금 지급사업 등 기존 사업 외 첫 시범사업으로 결정하고 추진과정과 반응 등을 보고 2020년 새해에는 사업비도 대폭 늘려 부산을 비롯한 영남권에서 전국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중·고교생에게 강의할 저출산의 주된 내용은 총 13분의 애니메이션으로 현재의 중·고교생에게 미래에서 찾아온 특사를 만나 함께 미래세대로 이동해 저출산이 사회경제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접하고 저출산의 심각성을 깨닫는다는 것으로 꾸며져 있다.

재단에서는 지난해 11월 부산에 있는 분포고등학교 2학년 56명을 홍보강의를 시작으로 청소년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전문강사를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각급 학교의 연초 편성된 학습프로그램으로 강의 홍보실적이 저조할 것으로 판단하고 새해에는 학습프로그램 편성 때 출산장려교육이 반영될 수 있도록 각급 중고교에 협조를 요청하고 재단의 자체 예산도 대폭 반영하기로 했다. 김 이사장은 "이런 사업의 성공적 결과를 위해 관계기관의 협조 없이는 할 수 없으므로 교육부나 보건복지부 등의 중앙부처와 각 시·도 교육청 등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식세자녀출산지원재단의 열정적 소식을 접한 부울경포럼(회장 박용수) 등 단체와 전국 기업에서도 사업에 적극 동참하기로 결정하는 등 후원금 기탁자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재단 측은 지난해 35개 업체와 개인, 월정액 기탁자 43명이 총 1억4000여만원을 후원했다고 밝혔다.


재단에서는 출산장려를 위해 지난해 상반기 후원금을 포함해 출산가구 56명에게 1억1200만원을 지급한 데 이어 지난달 지급한 하반기에도 재단 사업비 5000만원과 후원금 9000만원을 포함한 1억4000만원으로 70가구에 출산축하금으로 전달했다. 이로써 재단 설립 이후 지난해 말까지 총 256명에게 5억1200만원의 출산축하금이 지급됐다.

김 이사장은 "내가 먼저 하면 다른 사람들이 따라 할 것이라고 생각해 출산장려운동을 한 게 올해로 12년이 됐다"면서 "단순히 돈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출산을 장려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저출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만큼 뜻을 같이하는 기업들과 개인의 참여가 더욱 늘어났으면 한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