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F' 학사경고 받던 학생서 전국 수석 기적 연출
'제47회 임상병리사 국가고시'에서 전국 수석을 차지한 김신욱씨가 대구보건대 임상병리과 실습실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대구보건대 제공
[파이낸셜뉴스 대구=김장욱 기자] "'올 F'를 받던 제가 전국 수석을 상상이나 했을까요? 수석 합격 전화를 받고 너무 놀랐습니다."
대구보건대는 임상병리과 3학년 김신욱씨가 '제47회 임상병리사 국가고시'에서 전국 수석을 차지했다고 6일 밝혔다. 김씨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최근 발표한 이번 시험에서 280점 만점에 278점(99.3점/100점 환산 기준)을 획득, 일반대학교 25개교를 포함한 전국 50개 대학에서 응시한 수험생 3521명 중에서 1등으로 합격했다.
김씨의 대학생활 시작은 순조롭지 못했다. 성적에 맞춰 입학한 대학생활은 뚜렷한 목표 의식도 대안도 없었다. 학업에 대한 동기부여가 부족해 내적 갈등도 심했다. 1학년 1학기를 마친 후 손에 쥔 김씨의 성적표는 '올 F'로 학사경고를 받은 뒤 휴학하고 도망치듯 군대에 입대했다. 복학 후에도 마음가짐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랬던 김씨의 전국 수석 비결은 무엇일까?
김씨는 "복학 후 전공에 대한 동기부여와 확신 있는 노력을 시작한 출발점이 핵심"이라며 "2학년 공부에 집중하면서 성적 장학금을 받은 자신에게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후 임상병리학에 더욱 몰두했다. 혈액학 분야를 연구하기 위해 부모님을 졸라 중고현미경도 구입했다. 학교에서 만든 객담도말 표본과 가족·친척들까지 란셋으로 채혈하고 혈액도말 표본 100여개를 만들기도 했다.
"현미경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행복했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는 그는 "전국수석이 되기까지 학과 교수들의 격려와 지도, 학생들의 니즈를 반영한 국시 특강과 모의고사가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전국 수석의 꿈을 이룬 김씨는 다음 목표에 대해 "결핵균을 검사키 위해 과거 배양방식으로 2주가 소요됐다면 진화된 PCR(핵산증폭검사)은 4시간 안에 판명되고, 현재 MALDI-TOF(말디토프 질량 분석기)는 300여개 시료와 2500여개 균종 DB를 바탕으로 10분 안에 검사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기계문명과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는 전문적인 임상병리학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대구보건대 임상병리과는 '제47회 국가고시'에서 전국 수석을 차지한 김씨를 포함해 이승민(2019년 졸업), 정영숙(2016년 졸업), 이경환(2015년 졸업)씨 등 최근 6년 동안 4명의 전국 수석자를 배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gimju@fnnews.com 김장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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