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태 피해자들, 지난해 7월 이혜경, 특경법상 사기 혐의로 고소
서울종로경찰서, 지난 3일 이혜경 전 부회장 피고소인 조사
이혜경 "회사 경영 관여 안해..회의 참석한 적도 없어" 의혹 해명
"이혜경, 재무상황 보고받는 등 업무 관여" 회생법원 판단 변수로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이 '동양그룹 사태'와 관련해 최근 피고소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 전 부회장은 "회사 경영에 구체적으로 관여한 바 없다"고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7일 경찰 및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종로경찰서는 지난 3일 이 전 부회장에 대해 피고소인 조사를 했다. 지난해 7월 동양사태 피해자 64명이 이 전 부회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고소한 데 따른 것이다. 당초 사건을 접수한 대구수성경찰서에서 고소인 조사가 이뤄진 뒤 지난해 8월 이 전 부회장의 주소 관할인 종로경찰서로 사건이 이첩됐다.
■"경영 전혀 모른다" 의혹 부인
이 전 부회장은 경찰 조사에서 고소인들이 제기한 의혹 전반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부회장은 "회사 경영에는 관여 안했고, 회사의 회계라든지 돈 문제와 관련된 회의에는 전혀 참석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8년 '디자인경영'을 선언하면서 경영일선에 본격적으로 나선 점에 대해서도 "디자인 실무를 맡아 진행했을 뿐, 경영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다.
이 전 부회장은 최측근으로 지목된 김철 전 동양네트웍스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디자인 업무와 관련해 알게 된 김 전 대표를 남편인 현재현 전 회장에게 소개한 적은 있지만, 이후 김 전 대표가 어떤 식으로 경영에 관여했는지 몰랐다는 취지다.
동양그룹이 구조조정에 돌입했던 2013년 6월 최수현 당시 금융감독원장을 만났던 경위에 대해서도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해 현 전 회장은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어음(CP)을 막기 위해 최 원장에게 동양시멘트와 동양파워 주식을 담보로 산업은행을 통한 정책금융 4000억원의 지원을 요청했으나 '추가적인 자구노력을 보여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에 이 전 부회장은 남편의 부탁으로 동생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과 모친 이관희 전(前) 오리온재단 이사장에게 손을 벌렸으나 거절당했고 이 같은 사정을 금감원장에게 설명하고자 만났다는 얘기다.
동양사태란 2013년 9월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발행한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동양증권이 판매해 5만명에 달하는 피해자를 양산한 사건이다. 현재까지 회수하지 못한 피해금액만 415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로 인해 현 전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7년을 확정 받아 복역 중이다. 이 전 부회장 역시 수사선상에 올랐으나 기소되지 않았다.
■동양사태 당시 경영 관여 여부가 쟁점
그러나 동양사태에 이 전 부회장의 책임도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변수로 작용한다. 서울회생법원 1부(서경환 부장판사)는 지난해 5월 티와이강원(옛 동양)이 현 전 회장, 이 전 부회장을 상대로 신청한 손해배상청구권 조사확정재판에서 "이 전 부회장은 사실상의 이사로서 상환이 불가능한 동양계열사 CP 3310억원을 동양에 인수하도록 해 회사에 손해를 가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부회장은 동양그룹의 부회장으로 동양의 재무상황에 대해 보고받았음은 물론 2013년 1월 그룹의 긴급 자금회의에도 참석하는 등 동양의 업무에 관여했다"며 동양사태의 책임이 이 전 부회장에게도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이 전 부회장 측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모르겠다"면서도 "본인은 그룹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상식적으로 남편이 회장인데, 아내가 회의에 가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한편 이 전 부회장은 동양사태로 그룹이 기업회생을 신청해 재산이 묶이기 직전 고가의 미술품들을 빼돌린 혐의(강제집행면탈)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1심은 관련 민사·행정소송이 진행 중이고 현 전 회장이 구속 상태인 점을 고려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항소심은 지난 2017년 4월 이후 연기 중이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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