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강경화, 美호르무즈 파병 요청에 "우리와 입장 다를 수 있어"

긴박한 중동 정세 속 열린 국회 외통위
美 공개적 파병 요구에 康 신중론 펼쳐
"중동 내 교민·기업의 안전에 만전 기해"
방위비 협상, "동맹 기여 사항 강조할 것"

강경화, 美호르무즈 파병 요청에 "우리와 입장 다를 수 있어"
[서울=뉴시스] 이종철 기자 =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통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보고를 하고 있다. 2020.01.09. jc4321@newsis.com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9일 최근 미국과 이란 간 갈등으로 긴급 마련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미국의 호르무즈 파병 요청에 대해 "우리 국민의 안전과 선박 항해의 안전이 최우선이며 미국과 입장이 다를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날 강 장관은 최근 중동 정세에 대해 외통위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파병에 대한 여러 가지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한국 등 동맹국들에게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체 구성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참여을 독려한 바 있다. 우리 정부도 동맹에 대한 기여 차원, 호르무즈 해협이 국내 도입 원유의 70%가 지나는 중요한 곳이라는 점을 고려해 파병을 고심하고 있는 상태다.

또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공개적으로 파병을 요청했는데, 혹시 미국의 요청에 대해 자세히 알아봐야겠다'는 질의에 "그렇지 않아도 현재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과 면담을 조정하고 있다"면서 "거기서 얘기가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 7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도 호르무즈를 통해 많은 원유를 도입하고 있다"면서 이 지역에 대한 파병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강 장관은 이에 대해 "이는 그동안 미국의 입장을 다시 밝힌 것"이라며 의미를 제한했다.

이어 강 장관은 미국의 파병 압박이 강해질 경우 대응 방책을 묻는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미국뿐만 아니라 오랜 경제 관계를 맺어온 이란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파병에 신중한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 정부는 파병안을 확정하지 못했다.

강 장관은 중동 지역 교민 철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고, 수시로 현지와 소통을 하고 있다"면서 "이라크에는 약 1600명의 교민이 있는데 현장을 수시로 점검하고 있고 아직까지 안전하며, 비상상황에 대비한 계획을 수립하고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외통위에서는 긴급 현안인 중동 정세 문제 외에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이석현 의원은 "한국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미국 무기를 많이 사는데 이걸 내세워 방위비 분담 수준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고 강 장관은 "동맹 차원에서 과거 미국 에서 구입해온 실적을 미국에 설명하고 있고, 동맹 기여가 평가 받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강 장관은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한 자리수 인상 가능성을 보도한 것과 관련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구체적인 숫자를 밝힐 수는 없으나 무기 구매 등을 동맹 기여로 설명하고 있고 국방력 강화 등 우리의 입장을 갖고 미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방위비 협상이 지금 어디까지 와 있나'는 이정현 무소속 의원의 질문에 "지난 5차까지의 협의를 통해서 아직 이견의 폭은 넓지만 상대방의 입장 이해의 폭은 깊어졌다"면서 "6차 일정도 곧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답변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