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단속원에 승차거부 적발돼 '경고처분'
일본인 승객이 주소 적힌 명함줬으나 "내려 달라"
소장엔 "노안 때문에"..변론선 "노안 아냐" 진술번복
법원 "주소 알면서 기본요금 받는 장소라 승차거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fnDB
[파이낸셜뉴스] 가까운 목적지로 가달라는 일본인 승객의 승차를 거부한 60대 택시기사에게 서울시가 내린 경고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박성규 부장판사)는 택시기사 A씨가 서울시를 상대로 "경고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서울시 소속 단속원들은 2018년 8월 밤 11시께 서울 명동역 인근에서 A씨의 택시에 탑승했던 일본인 승객들이 다시 내리자 승차거부를 의심하고 현장단속에 나섰다. 단속 결과 승객들은 목적지인 종로구에 위치한 호텔 주소가 적힌 명함을 A씨에게 보여줬다. 목적지까지 예상되는 택시요금은 약 3000원이었다.
A씨는 서울시에 "명함에는 가게 이름만 있고 주소는 보이지 않았다"며 "승객에게 스마트폰에 가게 주소를 찍어달라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지만, 말이 통하지 않아 택시에서 내려달라고 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를 승차거부로 보고, A씨에게 경고처분을 내렸다. 택시가 승차거부로 적발되면 1차 위반의 경우 경고에 그치지만, 2차 위반은 택시운전 자격정지 30일, 3차 위반은 자격을 취소한다.
A씨는 처분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사건의 쟁점은 A씨가 명함에 적힌 주소를 파악하지 못할 정도의 시력문제가 있는지 여부였다. A씨가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는 '노안 증상 때문에 가까이 있는 글씨를 잘 인지하지 못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A씨는 첫 변론기일에서 직접 "노안이 아니어서 가까운 글씨도 잘 보이지만 승차거부 사건 당시에는 택시 내부에서 명함의 글자가 반사돼 명함에 적힌 주소를 읽을 수 없었다"고 상반된 진술을 내놓았다.
법원은 A씨가 진술을 번복하고 있는 점과 앞서 행정심판 과정에서는 '노안이나 빛 반사로 인해 명함의 내용을 볼 수 없었다'는 진술이 없었던 등을 들며 A씨의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또 A씨는 명함의 상호명만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지만, 상호명과 주소는 모두 동일한 크기와 색깔의 글자였던 점도 판단의 근거로 작용됐다.
재판부는 "A씨는 명함 속 주소를 확인했음에도 늦은 시간에 기본요금만 받을 수 있는 장소라는 이유로 승객에게 목적지를 확인하지 못한 것처럼 행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당한 사유 없이 승차를 거부한 행위로 평가되기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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