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100일 뒤 폐기된 포괄적경제대화(CED)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이하 현지시간) 정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 명칭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 잠깐 운용하다 폐지했던 CED를 부활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CED는 미·중 무역협상과 달리 양국 행정부 실무자부터 고위직에 이르기까지 모든 직급이 참여해 양국간 관계 심화 방안 등을 모색하는 회의가 된다. 회의는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1년에 2차례 열린다.
양국의 경제개혁과 현안 해결이 목표이며, 양국에서 제한된 인원만 참석하는 무역협상과는 다르다.
미 행정부 관리는 "이는 (무역협상과는) 완전히 다른 절차"라고 강조했다.
공식적인 발표는 오는 15일 미중이 워싱턴에서 만나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할 때 이뤄진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출범 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을 대표로 중국과 전략적경제대화(SED)에 나선 바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폐지된 바 있다. 당시 트럼프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스티브 배넌 백악관 전략가 등 통상 참모들이 모두 논의만 있고 결과는 없다며 무용론을 지적했다.
트럼프는 그러나 중국과 2년 간에 걸친 무역전쟁을 일단 봉합하는 '1단계 무역합의'를 계기로 무역협상과는 별개로 이뤄지는 대화 재개에 나섰다.
트럼프는 중국의 기업보조금 문제, 국영기업 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중국 경제정책 펀더멘털과 관련한 '2단계 무역협상'이 11월 대통령 선거 이후에나 마무리 될 것이라며 장기전을 구상하고 있어 이와 별도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 유권자들에게 과시할 수 있도록 하는 별도의 협상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CED는 미국 측에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중국 측에서는 미중 무역협상을 이끄는 류허 부총리가 책임자가 된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SED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전략과 경제대화(S&ED)로 이름을 바꿨다가 트럼프 행정부 들어 CED로 다시 이름이 바뀐 미중간 상설 대화체계는 행정부 출범 100일 뒤 사라진 바 있다.
당시 로스 상무장관은 미국측 대표를 맡아 협상에서 농업·교역·금융·투자·에너지 부문 논의에 광범위한 진전이 있었다고 트럼프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등 트럼프 참모들은 중국이 협상에서 이전에 제시했던 방안들을 하나로 묶어 다시 제안한 것에 불과하다며 비판했고, 트럼프는 로스에게 대화체계 폐지를 지시하고, 그를 중국과 무역정책 총괄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
부활하는 CED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의 SED와 비슷한 형태가 될 전망이다. SED는 미중 양국 관리들이 대규모로 참석해 1년에 한 차례 열리던 대화로 양국 경제정책 개선에 관한 수많은 논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같은 논의를 강제할 수단은 없어 실익은 크지 않았다는 비판을 트럼프 통상 참모들로부터 받아왔다.
당시 SED를 이끈 행크 폴슨 전 재무장관은 저서 '중국과 협상하기'에서 SED를 통해 미 기업들이 계약을 따냈고, 중국에는 위안화를 소폭 평가절상토록 압력을 가했으며, 비록 마무리되지는 못했지만 양국간 투자협상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또 2009년 세계 금융위기 와중에 중국이 보유 미국채를 매각하지 않도록 설득하는 역할도 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행정부 들어서는 경제에만 초점이 맞춰졌던 대화가 안보 문제로까지 확대됐고, 이름도 S&ED로 바뀌었다. 회의 대표도 미국측에서 국무장관과 재무장관이 맡을 정도로 격상됐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같은 회의 형식에 흥미를 갖지 못했고, 출범 100일 뒤 결국 협의가 폐지되기에 이르렀다.
한편 배넌은 "행동이 필요하지 대화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는 그저 윈도드레싱일 뿐으로 중국은 서방의 수도꼭지를 빨고 있다"고 비난했다.
반면 미 상공회의소의 통상담당 수석 부회장으로 미중 무역협상에 깊숙이 관여해 온 마이런 브릴리언트는 반드시 필요한 대화체계라며 부활을 환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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