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와의 전쟁’ 부산환경공단
‘도로 위 진공청소기’ 분진흡입차
차량 한 대가 하루 40㎏ 분진 수거
PM10 미세먼지 64.2% 저감 효과
올해 160개 노선 471㎞ 구간 사업
스쿨존 등 취약지역 작업에도 박차
부산환경공단이 운용 중인 도로 미세먼지 제거용 분진흡입차. 사진=노동균 기자
혹 도로 위에서 이 뒷모습을 보게 된다면 조금만 배려의 마음을 갖는 게 어떨까. 사진=노동균 기자
전장 8m가 넘는 거대한 8.5t 트럭에 시동을 걸자 덩치에 걸맞은 육중한 배기음이 들려온다. 웬만해선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은 큰 몸집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차는 천천히 좁은 도로를 빠져나와 큰길에 들어서자 잠시 멈춘다.
"이제 본격적으로 미세먼지 제거작업을 시작하겠습니다."
기자는 지난 3일 부산환경공단이 운영하는 도로 미세먼지 제거용 분진흡입차에 동승했다. 이날은 정부가 올 들어 처음으로 수도권에 미세먼지 예비저감조치를 발령한 날이기도 했다. 부산은 아직 수도권에 비하면 시야가 맑아 보였지만 '삼한사미(사흘은 춥고 나흘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림)'라는 신조어를 떠올리면 한반도의 요즘 겨울 하늘은 도무지 안심이 안 된다.
■잠깐의 배려가 더 맑은 공기를
이날 차량을 운행한 부산환경공단 자원사업처의 박성훈 주임(56)은 분진흡입차를 '도로 위의 진공청소기'라고 소개했다. 실제 분진흡입차 아래쪽에는 토사나 먼지를 빨아들이는 흡입구가 있다. 분당 1500회 회전(RPM)하는 흡입팬으로 분진 수거하고 필터를 거쳐 깨끗해진 공기를 다시 내보낸다. 한 대의 분진흡입차량이 하루에 수거하는 분진 양은 40㎏에 달한다.
그가 설명과 함께 운전석 주변의 복잡한 장치를 조작하니 그렇잖아도 육중한 차가 내뿜는 배기음에 더해 실제 청소기에서 나는 듯한 '윙'하는 소음이 더해지면서 차체에 제법 큰 진동이 일기 시작했다.
"좀 시끄럽지만 그렇다고 귀마개를 낄 순 없어요. 다른 차들 경적도 듣고 주변 교통상황을 봐야 하니까요."
굉음에 가까운 소리를 내는 것에 비해 차는 지루할 정도로 천천히 운행한다. 평균 주행속도 10~15㎞/h로 서행해야 분진을 가장 효과적으로 빨아들이기 때문이란다. 속도는 느리지만 도로 위에서는 잠시도 방심할 틈이 없다. 도로 미세먼지 제거 작업은 출퇴근 시간을 피해 주로 4차로 이상 도로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도로 흐름에 큰 방해를 준다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여전히 뒤에서나 앞지르기를 하면서 경적을 울리는 차가 적지 않다고 한다.
"2016년 처음 도로 미세먼지 제거사업을 시작했을 땐 못 보던 큰 차가 도로 한가운데서 서행을 하니까 경적은 물론이고 욕설도 하루가 멀다고 듣곤 했어요. 운전을 업으로 하시는 분들도 있으니 그러려니 하죠. 우회전 끝차로에서 무리하게 앞지르기를 하다가 사고가 날 뻔한 적도 있었어요. 그래도 최근에는 미세먼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선지 예전보다는 훨씬 덜한 편입니다."
과속방지턱이 나타나자 박 주임의 손이 바빠진다. 차량 아래 흡입구를 도로에 최대한 밀착한 채로 운행하기 때문에 과속방지턱이나 이물질을 만나면 파손 위험이 있어 일일이 조작해 흡입구를 들어주고 다시 내리는 것이다. 운전석 옆에 있는 압력계를 통해 실시간으로 필터 상태 등을 확인하면서 주행하는 것도 기본이다.
가장 바깥차로를 주행할 때는 노란 선을 밟을 정도로 최대한 가장자리로 운행한다. 안쪽에서 바깥 차로로 갈수록 기울어지는 도로 설계특성상 먼지의 60% 이상이 도로 가장자리에 몰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부산환경공단 자원사업처의 박성훈 주임이 분진흡입차를 운행하고 있다. 분진흡입차 운전석에는 차량의 여러 기능을 제어하는 조작부와 흡·배기 상태 등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계기반 등 복잡한 장치가 설치돼 있다. 사진=노동균 기자
"일정 구간마다 주행거리와 시간을 체크하면서 한 코스를 다 도는 데 대개 1시간30분쯤 걸립니다. 도심이냐 외곽지역이냐 코스에 따라 애로사항이 천차만별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화장실을 마음대로 못 가는 게 힘들어요. 차가 워낙 크다보니 아무데나 세워놓고 자리를 비울 수도 없고."
차는 광안대로와 벡스코, 센텀파크 단지를 거쳐 다시 출발지점으로 돌아왔다. 분진흡입차는 하루 한 번 복귀해 분진을 회수하고 차량점검 등을 한다. 평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정부의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행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최근 주 52시간 이슈로 인력 운용이 어려울 때가 많다고 한다.
■올해는 더 구석구석 꼼꼼하게
부산환경공단은 현재 시내 160개 노선 471㎞ 구간에서 도로 미세먼지 제거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98개 노선 325㎞ 구간보다 노선 62개, 구간 146㎞를 늘렸다. 1소 2팀 67명의 인력이 동원된다.
작업차량은 분진흡입차 50대, 고압살수차 4대를 운용한다. 예전에는 도로를 물로 세척하는 고압살수차가 많이 쓰였다. 여름에는 달궈진 도로를 식히는 역할도 하지만 최근에는 미세먼지가 겨울철에 집중되면서 먼지를 직접 빨아들이는 분진흡입차가 더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 분진흡입차가 그동안 작업한 거리만 해도 72만3000㎞에 달한다. 수거한 분진 양도 500t을 넘어섰다. 한국환경공단이 분진흡입차의 먼지제거 효과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름 10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 이하 PM10 미세먼지는 평균 64.2%의 저감 효과를 보였다.
시민들도 부산환경공단 차량관제시스템을 통해 미세먼지 제거차량이 현재 어디에서 운행 중인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차가 크기 때문에 정해진 코스만 운행해야 하는 한계가 있지만 사회공헌 차원에서 부산 소재 공단이나 기업, 아파트 등에서 인근 사업소에 신청하면 파견 형태로 미세먼지제거반을 운용하기도 한다.
부산환경공단은 올해 미세먼지 제거차 20대를 추가로 확보해 고농도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에 총력 대응할 방침이다. 특히 새로이 소형차량을 도입해 그동안 간선도로에서 떨어져 있고, 차량 진입과 작업이 어려웠던 스쿨존이나 실버존 등 취약지역에 대한 미세먼지 제거작업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성재 부산환경공단 자원사업처장은 "분진흡입차는 차량 주행으로 인해 도로에서 대기 중으로 다시 날리는 작은 입자로 유해성분이 포함될 수 있는 재비산먼지 감소에도 효과적이라는 판정을 받았다"며 "차량 유지관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자체적인 노력을 통해 예산을 절감하면서도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미세먼지 제거사업을 이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defrost@fnnews.com 노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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