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스트리트] 시총 1조달러 클럽

경제학자인 존 케인스는 주식시장을 일종의 미인대회라고 표현했다. 결국 우승자는 자신이 미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미인으로 여기는 후보가 된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 시장에서 미인은 4차산업 혁신기업이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이 '꿈의 시총' 1조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알파벳은 1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주당 1430달러에 마감, 시가총액 9863억달러를 기록했다.

역대 시총 1조달러 고지를 처음 밟은 기업은 중국 관영 에너지기업인 페트로차이나다. 2007년 상하이 증시에서 잠시 그 고지를 밟았다. 하지만 바로 세계 금융위기가 닥치고 유가가 하락하면서 시총은 쪼그라들었다. 그 뒤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1조달러 클럽에 들어갔는데 2018년 8월 애플이 첫 테이프를 끊었고 5주 후 아마존, 이어 지난해 4월 마이크로소프트가 합류했다. 향후 알파벳까지 멤버가 되면 비로소 MAGA 시대가 완성된다. MAGA는 이들 기업 맨 앞 글자를 딴 조합이다.

'1조달러'는 그리 만만한 규모가 아니다. 전 세계 국가 중 한 해 국내총생산(GDP)이 1조달러를 넘는 곳은 16개국(2018년 기준)밖에 되지 않는다. 네덜란드만 해도 연간 GDP가 9913억달러 정도다. 사우디아라비아, 스위스, 폴란드, 스웨덴, 벨기에, 노르웨이 등은 이보다 못하다. 최근 순항 중인 삼성전자 시총은 335조원(2895억달러)대다.

1998년 실리콘밸리 차고에서 시작한 구글은 최근 잇따라 대변화를 감행하며 새로운 비전을 보여줬다. 창업신화 주인공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지난해 말 전격 물러났다.
현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 체제로 재편된 것은 구글의 미래가 '인공지능(AI) 퍼스트'에 있다는 걸 의미했다. 구글의 향후 전략이 기존 테크산업에서 'AI 우선'이 될 것이라는 건 너무나 분명하다. 지금 투자자들은 이런 기업에 표를 던지고 있다.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