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합의에도 불구하고 무역긴장 먹구름은 올 내내 세계 경제를 짓누를 것으로 우려됐다. 난제들로 이뤄진 2단계 무역협상이 미·중 긴장을 끊임없이 부를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미국과 유럽연합(EU)간 무역긴장은 늦춰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올해말까지인 EU와 영국간 무역협상도 시간이 지나치게 촉박해 제대로 된 결과를 낼 지 알 수 없다.
미중의 1단계 무역합의 서명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샴페인을 터뜨릴 때는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난제 산적한 2단계 무역합의
CNN비즈니스는 15일(현지시간) 미중이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했지만 세계 경제에 무역긴장에 따른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미중이 서명한 1단계 무역합의는 분쟁 해결, 지적재산권 보호 등과 관련해 모호한 내용들이 많은데다 중국의 산업보조금, 국영기업 지원 같은 '국가자본주의' 궤도 수정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들은 모두 2단계 협상으로 미뤘다. 앞으로 협상에서 양측간 긴장이 계속해서 높아질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1단계 무역합의는 "낮은 곳에 있는 열매들을 수확하는" 수준이라면서 "미국과 중국간 긴장 종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무역합의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이 여전히 높은 관세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바람직하지 않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대미 수출품 가운데 약 3분의2 수준인 3700억달러어치에 관세가 붙고, 미국의 대중 수출품 절반 이상이 중국의 보복관세 대상이다.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채드 브라운 PIIE 선임 연구위원은 "고관세는 뉴노멀이 됐다"고 지적했다.
양국간 긴장이 기술개발도 더디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홍콩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미중 긴장이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기타 안보관련 기술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중 긴장은 세계 경제에 심각한 해악을 미치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윌리엄스는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가 미국과 중국의 양대 축으로 갈라지고 있다면서 이같은 양극화는 "인력, 기술, 아이디어의 흐름을 제한해" 글로벌 생산성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
미·EU 무역긴장
미국과 유럽간 무역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가 2주간 집중협의를 통해 갈등을 해소하겠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프랑스의 구글세를 무역장벽으로 간주한 미국의 치즈·핸드백·샴페인 등 프랑스 제품 24억달러어치에 대한 보복관세가 임박해있다.
EU는 미국이 관세를 물릴 경우 EU 차원의 보복이 뒤따를 것임을 예고한 상태다.
이미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의 에어버스 보조금 판정을 바탕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유럽산 포도주에 25% 관세를 물리고 있고, 철강·알루미늄 관세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또 독일 자동차 관세를 높이겠다는 위협도 거두지 않고 있다.
EU와 무역협상을 염두에 둔 유럽 압박의 일환으로 간주된다.
15년간 전미통상위원회(NFTC) 위원장을 지낸 전략국제연구소(CSIS)의 통상 전문가 윌리엄 라인슈는 유럽과 무역협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2020년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면서도 이같은 뜨거운 관심에도 불구하고 연내 무역협상이 개시될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미·EU간 교역규모는 연간 1조1000억달러가 넘어 세계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무역협상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그러나 막대한 보조금과 보호정책으로 지원하고 있는 유럽의 농업부문 보호를 위해 EU가 농업부문을 협상에서 제외하자는 입장이어서 농산물 시장 개방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미국과 충돌을 빚고 있다.
라인슈는 이 문제가 해소돼 무역협상이 개시된다해도 언제든 독일 자동차 관세 문제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고 예상했다. 참을성을 잃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물리면 협상은 깨지게 될 것이란 예상이다.
그는 또 만약 무역협상에서 진전이 있더라도 이는 '승리' 선언에 집착하는 트럼프의 이전 관행으로 볼 때 '속 빈' 합의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브렉시트 이후 영·EU 무역협상
오는 31일 영국이 EU를 탈퇴(브렉시트)하게 되면 영국은 곧바로 EU와 무역협상에 나서게 되지만 협상 기간이 매우 짧아 제대로 된 협상결과물을 얻기 힘들 전망이다.
올해 말까지가 시한인 영국과 EU간 자유로운 교역이 내년부터는 합의없이 끝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규정대로 이뤄지게 돼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된다.
EU는 무역협상이 통상 수년을 끌기 때문에 연말까지인 전환기 시한을 연장하자고 제안한 상태지만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연장은 없다며 집중 협상에 나서자는 입장이다.
2017년 기준 영국은 전체 재화와 서비스 수출의 절반 가량인 44%를 EU 시장에 의존했던 터라 협상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영국 경제에는 심각한 위험이 뒤따를 것으로 우려된다.
소시에테제네럴(SG)은 보고서에서 존슨 총리가 마감시한을 고집할 경우 순전히 자신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영국 경제에 유리하게 할 수 있는 좋은 협상 기회를 날려버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브렉시트 강경파는 EU와 관계가 소원해지더라도 영국은 미국과 자체 무역협상을 할 수 있어 유리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EU와 무역이 꼬이게 되면 영국 경제는 치명상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영국 자동차 산업은 몰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