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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伊 정어리 집회

로마는 기원전 264년 카르타고와 지중해 패권을 두고 전쟁을 벌인다. 바로 1차 포에니 전쟁이다. 로마가 승리했고, 이때 얻은 것이 시칠리아섬이다. 그때 보너스로 섬 두개를 더 가져왔는데, 바로 나폴레옹의 고향 코르시카섬과 그 아래쪽 사르데냐섬이다. 사르데냐는 세계 3대 장수지역으로도 유명하다. 장수 비결을 찾기 위해 학자들은 수십년간 분주했다. 안해본 게 없다. 주민들 개별 타액·혈액·머리카락 분석까지 했다. 지금도 연구는 진행형인데, 한 사회학자는 끈끈한 가족애와 공동체정신 때문이라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사방이 풍요로운 지중해인 덕분에 사르데냐는 해산물 천국이다. 도미, 농어, 바닷가재, 새우의 품질이 탁월하다. 참치의 보고로도 꼽힌다. 그리고 또 다른 유명 생선으로 정어리가 있다. 몸길이가 10㎝도 안되는 아주 작은 사이즈에 등 부분은 암청색, 배 쪽은 은백색을 띠는 청어과 소속 바닷물고기. 정어리의 영어명칭 사르딘(sardine)이 사르데냐에서 유래됐다고 하니, 정어리의 고향중 한 곳에 사르데냐를 넣어볼 수도 있겠다. 정어리는 먹이사슬 맨 밑단에서 생태계를 떠받치는 역할도 한다. 수많은 바다 생명의 밥줄을 책임져준다고 해서 '바다의 쌀'로도 불린다.

이 정어리가 요즘 이탈리아 반(反)극우 운동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극우정당 동맹 총수인 마테오 살비니를 겨냥해 분열과 증오의 정치를 당장 그만두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집회장에 정어리 그림이 떠다니고 있다. 정어리 집회는 볼로냐 출신 30대 남성 4명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제안한 게 시초다. 수백만마리가 떼를 지어 이동하며 자신보다 몸집이 큰 어류에 대항하는 정어리처럼 미약한 시민들이 하나로 뭉쳐 거대한 변화를 이뤄내자며 동참을 촉구했다.
지난해 10월 말 처음 뭉쳤는데, 세력이 급속히 불어나고 있다. 지난달 로마에서 10만명, 지난 19일 밤엔 볼로냐 시내에서만 4만명이 운집했다. 외신은 극우 핵심 살비니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이 '정어리떼'를 지목하고 있다.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