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엄마의 고백 "아이 낳고 행복하지 않았어"…'딩크족 결심한 이유'[新인류의 新생활 백과사전]

4. 딩크족
Double Income, No Kids
아이를 낳으면
내가 키우고 싶은데
선배중에 아이 낳고
다니는 사람이 없어요
집이라도 있으면 그만두고
낳을수도 있을것 같은데
매달 나가는 이자만 180만원

엄마의 고백 "아이 낳고 행복하지 않았어"…'딩크족 결심한 이유'[新인류의 新생활 백과사전]
뉴시스

"나는 아이를 낳고 사는 삶이 행복하지 않았어."

민지수씨(30·가명)의 어머니가 항상 그에게 해주던 말이다. 지수씨 어머니는 그와 언니 이렇게 두 자매를 낳아 길렀다. 62년생인 어머니는 그 시절 드물게 대학을 졸업해 회사 생활을 시작했지만 결혼 후 아이를 갖자 자연스럽게 회사를 그만뒀다. 두 아이가 어느 정도 성장하자 경력단절을 딛고 새로운 분야에서 바닥부터 시작해 현재 본인의 이름으로 사업체를 운영한다. 지수씨는 "어머니는 아이를 키워서 갖는 행복보다 스스로 일하고 사회적 지위를 얻는 행복이 더 크다고 항상 말씀하신다. 너도 날 닮았으면 애 낳고 사는 삶을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조언해줬다. 누군가의 엄마보다는 내 이름으로 불리는 삶이 좋아서 결심했다"고 말했다. 2018년 6월 결혼한 지수씨는 '딩크(DINK)족'이다. 딩크족은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한 부부로 Double Income, No Kids의 줄임말이다. 그는 "아이를 갖게 되면 직업 특성상 일을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수씨는 포토그래퍼다. 트렌드가 생명인 직업이다. 활동 중인 선배 여성 포토그래퍼 중 아이를 낳은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미혼 남녀 43.9% "아이 안낳겠다"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한 부부들이 늘고 있다. 대한민국의 작년 합계출산율은 0.90명으로 주저앉았다. 부부 두 명이 아이 한 명을 낳지 않는 셈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20~30대 미혼 남녀 87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3.9%가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답했다.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48.8%) △임신·출산에 따른 직장경력단절 우려(34.5%) △육아에 자신이 없어서(32.7%) 등을 이유로 꼽았다. 지수씨도 매달 은행 이자 170만~180만원을 낸다. 그는 "서울에 이미 집 한 채를 갖고 있었다면 아이를 가졌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20년 동안 갚아야 하는 빚이 있다. 덜 쓰면서 아이를 갖는 것보다 아이 없이 우리 둘이 풍족하게 사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프랜차이즈 카페 점장으로 일하는 성지혜씨(32·가명)도 작년 4월 결혼했지만 아이를 낳지 않기로 정했다. 지혜씨는 "아이를 좋아한다"면서도 "아이를 낳으면 내가 키우고 싶은데 일을 그만둘 수가 없다. 결혼 전에 남편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 둘 다 스스로 설득이 안됐다. 아이를 가지지 않는 걸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도 "둘 중 하나라도 경제력이 좋았다면 낳을 생각이 있었다"며 "주변을 보면 아내가 양육을 위해 일을 그만두든 휴직을 하든 부부 한쪽의 경제력이 좋으면 화목해 보이는데 벌이가 적으면 뭔가 찌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내 삶에 집중하고파"

모든 딩크족이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한 건 아니다. 대기업을 퇴사하고 바텐더로 일하고 있는 현주민씨(34·가명)는 아내가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에 다닌다. 아내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지만 아이 없는 부부의 삶을 택했다. 주민씨는 "아이를 낳아야 하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기가 필요하다는 주변 사람들의 의견에서 오롯이 영향을 받은 것들이 많았다"며 "양육은 굉장히 큰 책임감이 수반되는 일이다. 아직 부부 둘만의 생활과 개인적 삶에 집중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결혼 9년차에 접어드는 학원 강사 원진호씨(44·가명)도 경제적인 이유는 아니었다. 아내는 고등학교 교사다. 공·사교육에서 두루 접하는 현실이 이들을 딩크족의 길로 이끌었다. 진호씨는 "대치동에서 일한다. 아이들에 대한 부모들의 욕망이 대단하다.
나도 자녀를 낳으면 비슷하게 욕심 부릴 것 같다는 두려움이 가장 큰 이유였다"며 "지금은 아내와 주말에 운동을 하면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후회해 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면서도 "부부 둘 다 양가 집안의 막내여서 부모님 휴대폰을 바꿔드리거나 자잘한 일을 돕는다"며 "이럴 때마다 나중에 늙으면 누가 챙겨주지 하는 생각이 조금 들긴 한다. 하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아이를 낳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결론에 이르곤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