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유니콘·벤처기업을 키우기 위해 업계의 숙원이었던 차등의결권제 도입에 나서기로 했다. 물론 정부·여당이 이런 뜻을 밝힌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확고한 계획으로 입법이 성사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며칠 전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4·15 총선' 2호 공약으로 유니콘기업 집중 육성계획을 발표하면서 "벤처업계 도약에 날개를 달아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민주당이 내건 공약에는 2022년까지 유니콘기업 30개 확대, 창업주의 복수 차등의결권 허용, 모태펀드 연간 1조원 투입으로 벤처투자액 연간 5조원 달성 등이 포함돼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우리 경제를 끌고 갈 새 엔진을 지금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 청년들이 창업의 용광로 속으로 과감히 뛰어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벤처강국'을 외치며 내놓은 이런 그럴싸한 공약이 그저 말잔치로 끝나지 않으려면 후속 작업이 조속히 이어져야 한다.
차등의결권은 일부 주식에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보통 주식 1주당 1의결권이 원칙이지만 차등의결권이 부여되면 1주에 10주 또는 100주 등 다수 의결권을 가질 수 있다. 공격적으로 해외자금 투자를 받으면서도 경영권을 지키고 싶은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에는 이 제도가 필수적이다. 외부자금을 대거 끌어와도 흔들림 없이 장기 사업전략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인력 유출을 막는 데도 차등의결권제가 요긴하다. 인재들이 회사와 함께 성장한다는 인식을 갖게 만들어준다.
혁신의 상징인 실리콘밸리에서 차등의결권 도입이 활발한 것도 이런 이유다. 구글 창업주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지난해 말 경영일선에선 물러났지만 이사회에서 50% 이상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도 차등의결권을 통해 28% 지분으로 절반이 넘는 의결권을 갖고 있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30개 중 20개 이상이 이 제도를 도입했다. 참여연대는 다시 공정경제를 거론하며 여당 발표에 반대 뜻을 밝혔지만, 이는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는 일이다. 정부·여당이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빠른 실행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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