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물질 리신 포함된 발암물질
연초박 사용량보다 4배 더 많아
추가 원인 가능성 높은데 배제
환경과학원 "발병 근거 약하다"
"리신 빨리 분해돼 찾기 어려워"
전북 익산 장점마을의 집단 암발병 사태 원인이 인근 비료공장에서 불법 가열한 연초박(담뱃잎 찌꺼기) 때문이라는 정부 분석이 나왔지만 피마자박(피마자 기름 찌꺼기)에 의한 암발병 추가 원인 가능성이 강력하게 제기되면서 환경당국의 초기대응이 부실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환경당국은 특히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발암물질로 분류된 피마자박 관련 성분의 독성 여부를 포함한 위해성 여부에 대해 '암 발병 근거가 약하다'며 초기 조사대상에서 배제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암 발병 사태와 연관된 비료공장에서 가장 많이 쓰였던 게 피마자박인데도 불구하고 환경당국은 이에 대한 유해성 논란을 초기과정부터 외면했다는 것이다.
22일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 위원장이 국립환경과학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환경과학원은 첫 회신에서 "피마자박에 포함된 리신은 발암물질이 아니므로 암 발병과 관련성이 없어 조사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정부 의뢰로 지난 2017년 12월~지난해 8월 실시된 장점마을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실태조사에선 해당 비료공장인 금강농산이 퇴비로 사용해야 할 연초박을 불법 건조해 연초박 내 1급 발암물질인 담배 특이 나이트로사민(TSNAs)을 발생시킨 것으로 나왔다. 2010년 한 해에만 사용된 금강농산의 원료사용량을 살펴보면 연초박은 2040t인데 피마자박은 8400t이다.
앞서 전북대 환경공학과에서 장점마을 환경비상대책 민관협의회 의뢰로 실시한 '비료공장 및 주변 환경 오염실태 예비조사 연구용역' 결과에선 피마자박에도 발암분류물질 3종과 독성물질 리신이 함유됐다.
김학용 위원장 측은 이를 토대로 피마자박을 조사대상에서 배제한 이유를 질의했고, 환경과학원은 "피마자박에 대한 인체 발암 관련 증거는 아직 없거나 근거가 약하다"며 "분석 결과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물질로 조사됐다"고만 답했다.
피마자박 열분해 시 검출되는 물질 중 비대칭디메틸히드라진(1, 1-Dimethylhydrazine)과 피로카테콜(Pyrocatechol)은 IARC에서 '사람에게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물질'인 '2B등급'으로 분류됐다. 1등급은 '사람에게 암을 일으키는 물질', 2A등급은 '사람에게 암을 일으킬 개연성이 있는 물질'을 뜻한다.
불법 가열된 피마자박에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임을 인지했으나 역학조사에서 피마자박을 누락한 데 이어 피마자박 내 독성물질인 리신도 조사에서 제외시켰다는 것이다.
특히 금강농산에선 당시 연초박보다 피마자박을 퇴비 재료로 훨씬 많이 사용했다는 점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장점마을 주민건강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주민대표들은 "금강농산에서 유기질 비료 원료로 사용한 연초박, 아주까리 피마자박 등에 대해 독성확인 조사가 필요하다"며 "연초박, 피마자박이 아주 안 좋다는 것을 국가가 얘기를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일각에선 금강농산이 문을 닫으면서 분해속도가 빠른 리신 등으로 인한 발암 연관성을 추적하기 어려웠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조사에 참여했던 김세훈 전북대 박사는 "공장이 계속 돌아갔다면 다른 발암물질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리신이 빨리 분해되니 확인이 어려웠다. 그나마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PAHs)나 TSNAs는 분해가 늦어 우여곡절 끝에 찾아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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