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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해본' 정총리의 이력서 마지막줄은…이낙연과 대결할까

'다 해본' 정총리의 이력서 마지막줄은…이낙연과 대결할까
정세균 총리가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시절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대선 후보 출마 선언을 하기 전 당시 문재인 상임고문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12.6.26


'다 해본' 정총리의 이력서 마지막줄은…이낙연과 대결할까
이낙연 국무총리와 정세균 국회의장이 지난 2017년 6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악수하는 모습.

(서울=뉴스1) 김현철 기자 = 국회의장, 국무총리, 6선 의원, 3번의 당 대표, 노무현 정권 산업자원부 장관.

대통령 빼고 다 해본 정세균 국무총리가 총리직을 발판 삼아 차기 대권에 다시 문을 두드릴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현재 차기 대통령 유력 후보 1, 2위를 장기간 이낙연 전 총리와, 그의 전임 총리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나란히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총리는 대권에 뜻을 품고 있다고 보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국회의장까지 오를 만큼 할 수 있는건 다해봤지만 총리직 수락 전까지 대권 가도인 지역구 종로를 놓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 등이 종로 국회의원을 거쳐 대권의 꿈을 이뤄 종로는 정치 1번지, 대권의 길목 등으로 불린다.

노장인 정 총리가 종로를 움켜쥐고 있었던 것은 이를 발판삼아 마지막 대권에 도전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종로에서의 2선 기간에도 큰 인지도를 얻지 못하자, 종로에서 선수를 쌓는 것보다 총리로서 전국적인 지명도를 확보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도 정 총리의 후보자 시절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총리로 간다고 해서 큰 꿈을 접은 것은 아니다. 앞으로 대선까지 2년 반이 남아 이 총리처럼 총리를 잘하면 지지도와 인지도를 높일 수 있어 길은 살아있다"며 "정 후보자는 총리가 되면 꾸준히 그것을 계산하면서 오히려 더 잘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정 총리가 총리직을 잘 수행해 대권 주자로서 지지율이 오르게 된다면 이 전 총리보다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 총리의 경우 지지기반이 약점으로 지목받고 있는 이 전 총리와 달리 과거 범친노계의 좌장으로서 여권 내 막강한 지지세력을 지녔다는 점도 장점이다.

정 총리는 2007년 열린우리당,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캠프 선대위원장을 맡았고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이 쪼개질 때 당에 남아 노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을 지지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당내 친문 진영의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아직 취임 초기인 정 총리는 대망론을 드러내지 않은 채 업무 적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감한 질문에는 답변도 않은 채 신중함을 기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집권 후반기를 안정적으로 이끌며 취임 전부터 강조한 경제, 통합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경우 전직 총리들과 마찬가지로 강력한 대권 후보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에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다.

정 총리가 이 전 총리처럼 '책임 총리'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도 이 전 총리처럼 인지도를 얻어 대선으로 직행할 생각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전현직 총리가 당내 대선 경선에서 맞붙게 된다면 정 총리가 이 전 총리보다 유리한 점이 많다.

무엇보다 정 총리는 이 전 총리의 인기 요인을 이미 갖추고 있다. 우선 DJ가 발탁해 정치를 시작했고 전북 진안과 전남 영광으로 갈리지만 호남 출신이다. 전현직 총리 모두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맥이 끊긴 '호남 대망론'의 기수인 것이다.

이 전 총리가 이번 총선에서 종로에서 승리한다 해도 정 총리는 이미 그 경험을 갖고 있다. 현재까지 그럴 가능성은 적지만 이 전 총리가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종로에서 2번이나 승리한 경험이 있는 정 총리가 한발 앞서가는 꼴이 된다.

정 총리는 국회의장 등 이 전 총리가 겪어보지 못한 경험도 많다. 특히 2012년 문 대통령과 대선 전 당내 경선에서 맞붙은 경험도 있다. 비록 문 대통령에게 자리를 내어줬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다. 다시 대권을 위한 당내 경선에 도전할 경우 처음보다 여유가 더 생기는 셈이다.

다만 총리 출신 상당수가 대권 주자로 거론됐지만 실제로 목표를 이룬 사람이 없다는 것은 전현직 총리 모두 넘어야 할 산이다.
그만큼 그동안 총리 이력은 대통령제 국가에서 애매한 위상에 그쳐왔다.

김종필, 이회창, 고건 전 총리 등이 대권에 도전하거나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른 바 있으나 결국은 꿈을 접어야 했다. 10대 대통령 최규하가 총리 출신이지만 '체육관 선거'로 뽑힌 간선 대통령인 데다, 전두환과 신군부가 실권을 쥐고 있던 시기라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