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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우한폐렴 확산, 막연한 공포는 없어야

과하다 싶을 만큼 대응하되
괴담·가짜뉴스는 경계해야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다. 중국 보건당국은 28일 0시 기준 중국 내 30개 성에서 우한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가 106명, 확진자는 4515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단 하루 새 사망자는 26명, 확진자는 1771명 불어났다. 우한 폐렴은 지난 2000년대 초 중국을 악몽 속으로 몰아넣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더 빠른 속도로 퍼지는 중이다.

세계 금융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와 유럽 증시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28일 아시아에서도 일본·중국 등 주요 시장이 출렁댔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3% 넘게 빠졌다. 우한 폐렴으로 인한 중국 경제불안이 글로벌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발빠른 대처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확진자가 4명으로 늘어나자 감염병 위기 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높였다. 정부는 전세기를 우한으로 보내 교민 수백명을 실어오기로 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28일 긴급경제장관회의에서 우한 폐렴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중국 내 사망자·확진자 숫자가 줄어들지 않는 한 시장의 불안감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시장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 이미 항공·관광·여행업은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중국행 비행편은 뚝 끊겼다. 올해 성장률 2.4%를 목표로 잡은 정부는 뜻밖의 악재에 비상이 걸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부 차원에서는 선제적 조치들이 조금 과하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강력하게 발 빠르게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올바른 처방이다. 다만 시중에 우한폐렴 관련 괴담이 돌아다니는 것은 경계할 일이다. 병원 간병인, 아이돌보미 등 조선족 근로자에 대한 근거 없는 차별도 옳지 않다.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통해 우리는 과학에 근거한 냉철한 대처야말로 전염병을 물리칠 최고의 무기라는 교훈을 얻었다. 무엇보다 권위 있는 세계보건기구(WHO)의 판단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WHO는 27일 우한 폐렴의 글로벌 위험 수준을 '보통'에서 '높음'으로 수정했지만 여전히 국제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할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전염병은 막연한 공포를 자양분으로 삼는다는 점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