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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정치인 7명의 멘토 자처한 이낙연…후원회장의 정치학

후배 정치인 7명의 멘토 자처한 이낙연…후원회장의 정치학
이낙연 전 총리가 24일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을 방문,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 전 총리는 더불어민주당의 종로 출마 제안과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직을 수락했다. 2020.1.2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4·15 총선에서 서울 종로 출마 의사를 밝힌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더불어민주당의 강훈식(충남 아산을)·김병관(경기 성남 분당갑) 의원 등의 후원회장을 맡기로 하면서 정치인과 후원회장의 관계에 관심이 쏠린다.

유력 중진급 정치인이 정치 신인이나 같은당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아 일종의 '정치적 후견인' 역할을 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국회의원의 후원회장을 맡아 입지를 다지는 동시에 당내 계파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원들간 '윈윈' 전략의 하나로도 꼽힌다.

29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전 총리는 강훈식·김병관 의원을 비롯해 경기 용인시갑 출마를 선언한 이화영 경기 용인시갑 예비후보, 최택용 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부산 기장), 박성현 부산 동래구 지역위원장, 이삼걸 전 행정안전부 차관(경북 안동), 허대만 경북도당위원장(경북 포항)의 후원회장도 맡기로 했다.

이 전 총리가 정치인의 후원회장을 직접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차기 대권 선호도 1위를 기록 중인 이 전 총리의 인지도가 총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 전 총리는 그간 많은 총선 출마자들로부터 후원회장을 맡아달라는 러브콜을 받아 왔다.

당내 인맥이 부족한 점이 약점으로 지적되는 이 전 총리 입장에서도 21대 국회에서 한 명이라도 많은 의원들을 자기 편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후원회장을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7명이나 되는 많은 인사들의 후원회장직을 수락한 것도 이런 배경인 것으로 해석된다.

여권 관계자는 "당내에서 뚜렷한 계파가 없는 이 전 총리 입장에선 네트워크를 넓히고 젊은 의원들과 소통한다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는 측면에선 양쪽 모두 긍정적"이라고 했다.

의원들의 후원회장은 주로 정치인이나 경제인, 덕망 있는 교육인 등이 맡아 후원금 모금에 도움을 준다. 유력 정치인이 신인 또는 후배 정치인의 후원회장을 맡는 일은 흔하다.

이 전 총리가 후원회장을 맡기로 한 김병관 의원은 지난 2016년 총선을 앞둔 당시 문재인 당 대표 시절 영입됐으며, 문 대통령이 직접 김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아 힘을 실어준 바 있다.

그간 '친노' 좌장 역할을 해 온 이해찬 대표는 홍영표 전 원내대표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또 민주당 총선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전현희 의원도 이 대표가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스승'으로 불렸던 김원기 민주당 상임고문은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5선 중진 원혜영 의원, 4선의 김부겸 의원, '친문 실세' 최재성 의원 등의 후원회장으로 알려져 있다.


유력 정치인의 후배 챙기기가 아니더라도 친분이 있는 현역 의원들끼리 후원회장을 맡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같은 당 기동민 의원의 후원회장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의원간 후원회장을 맡는 것은 우리나라 정당 정치가 계파 중심으로 흘러왔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계파에 연연하지 않고 선의로 후원회장을 맡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