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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갈 곳 잃은 우한 교민, 대승적으로 수용하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체류 중인 국민 약 700명이 30~31일 단계별로 귀국할 예정이다. 정부는 28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주재한 긴급 관계장관회의에서 이를 위해 전세기를 급파하기로 했다. 미국과 일본도 이미 자국민 철수를 위해 전세기를 띄웠다. 물론 이번 조치가 과거 사스 대응 등의 전례에 비춰 볼 때 과잉대응으로 볼 여지는 있다. 그러나 기왕에 정부가 국민 안전을 최우선순위에 놓기로 한 만큼 그 취지가 무색해지지 않도록 후속조치에 전력투구할 때다.

우리는 교민 철수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9일 0시 현재 31개 성에서 '우한 폐렴' 확진자는 5974명, 사망자는 132명이라고 발표했다. 확진자 수로 보면 3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2003년 사스 사태 때를 웃도는 데다 증가 속도도 훨씬 빠르다. 다만 의료전문가 사이에서도 이번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하지만 '만사불여튼튼'이라고 했다. 정부가 교민들을 위험지대에 방치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께름칙한 대목도 적잖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신종 코로나를 (세계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며 각국의 자국민 철수 움직임을 우려하지 않았나. 이번 귀국자에서 유증상자는 빠졌지만 그래도 마음에 걸리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일본처럼 귀국자를 자택에 격리하지 않기로 한 정부의 결정은 옳다고 본다.

걱정스러운 건 격리 대상지역 주민들의 거부감이다. 정부가 후보지로 애초 골랐던 충남 천안을 아산과 충북 진천으로 바꾸는 데서 읽히는 기류다. 천안 주민들은 "라돈 침대도 쌓아두더니, 여기가 만만한가"라며 지자체와 협의를 거치지 않은 정부의 처사에 반발했다. 아산과 진천도 주민 반발이 크다. 그러나 우리보다 교민이 적은 러시아·스페인·인도 등도 철수를 서두르고 있다.
격리대상지 지역민들의 불안감은 십분 이해된다. 다만 비상한 재난상황을 맞은 지금 좁은 국토에서 함께 사는 국민 모두가 대국적 견지에서 교민들을 포용할 때라고 본다. 정부도 지역민들의 일리 있는 우려를 충분히 고려해 철저한 격리와 치료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