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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反中 감정’ 오프라인으로 확산 [신종코로나 초비상]

들끓는 중국인 입국금지 요청
靑 국민청원 60만명 돌파 임박
정치권에서도 쟁점화하며 가세
전문가 "합리적 판단 필요한 때"

온라인 ‘反中 감정’ 오프라인으로 확산 [신종코로나 초비상]
자유대한호국단 등 보수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1월 29일 오후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중국인 입국금지를 촉구하는 집회에 참석해 손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면서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도를 넘은 '반(反)중국' 감정이 범람하는 모양새다. 청와대 앞에서는 중국인 입국금지 시위가 벌어지고, 정치권에서도 해당 사안을 쟁점화하며 논란에 가세했다.

온라인에서는 중국인 입국금지 청와대 국민청원이 6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둬 올 들어 최대 인원의 청원으로 기록됐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공식 병명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2019-nCoV·급성호흡기질환)'을 사용하자는 권고에 대해서도 포털사이트 등에서는 "중국 눈치보기냐"는 비난이 나온다.

■'반중국' 오프라인까지 확산

1월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중국인 입국금지 요청'은 게시 8일 만에 59만9900여명이 동의를 표시하며 올해 최대 청원기록을 세웠다.

게시글 작성자는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춘제 기간 동안이라도 한시적 입국금지가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청원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는 반중국 정서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포털사이트 등에서는 "일종의 피난행렬이다. 입국금지해야 한다" "중국이라 입국금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강도 높은 비난이 다수의 공감을 얻고 있다.

일부는 WHO가 권고한 정식 명칭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하고 있다. 청와대에서 해당 명칭을 쓸 것을 권고하자 "중국에 저자세적인 태도"라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했다.

반중 정서는 온라인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29일 자유대한호국단 등 보수성향 시민단체는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는 관광목적의 중국인 입국을 잠정적으로 금지하는 조처를 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도 중국인의 입국금지를 정치쟁점화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우한 등 후베이성에서 입국하거나 이곳을 경유한 중국인 등 외국인에 대해 입국정지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검역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 "합리적 자세 필요"

문제는 입국금지 등의 조치가 현실성이 떨어지는 데다 WHO의 권고보다도 앞서나가는 조치라는 점이다. WHO는 전날 신종 코로나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교역과 이동 등의 제한은 권고하지 않았다.

WHO 국제보건규칙에도 "질병 확산을 통제하더라도 불필요하게 국가 간 이동을 방해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감염 예방과는 별개로 '제노포비아(이방인 혐오)'에 기반한 반중국 정서가 정당하냐는 문제의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사회지도층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중들이) 지나치게 안전을 중시하는 것이 비난을 받을 수는 없으나, 비과학에 의존해선 안 된다"며 "특히 책임 있는 여론 지도층과 정치지도자들은 과학에 의존해 합리적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와 (신종 코로나의) 전파 과정도 확인돼 있으니, 경각심을 갖되 공포는 가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