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한진 '조원태표' 경영쇄신안에 주목한다

3월말 주총 앞두고 발표
실력으로 주주 설득하길

한진그룹 경영권 싸움이 달아오르고 있다. 6일 대한항공은 재무·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놨다. 서울 송현동 부지 등 유휴자산을 팔고 거버넌스위원회를 둔다는 내용이다. 7일엔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이 이사회를 열어 주주친화형 경영쇄신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는 6일 입장문을 내고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전자투표제를 도입할 것 등을 요구했다. KCGI는 "지분 공동보유는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이루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주장했다.

재계 14위 그룹을 둘러싼 경영권 다툼은 혼성 3자 동맹 대 가족 3자 연합의 싸움이다. KCGI는 최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과 3자 동맹을 맺었다. 이에 맞서 조원태 회장은 조현민 한진칼 전무,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손을 잡았다. 결전의 장은 3월 하순에 열릴 한진칼 주주총회다. 이때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이 결정된다.

KCGI·조현아 조합은 어쩐지 부자연스럽다. KCGI는 한진그룹을 상대로 줄곧 투명한 지배구조와 사업 구조조정, 준법경영, 임직원의 자존감 제고 등을 요구했다. 그러다 돌연 조현아 전 부사장과 한 배를 탔다.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다. '땅콩회항'을 일으킨 조 전 부사장은 한진가 갑질의 출발점이다. 당연히 대한항공 노조는 조 전 부사장에 반대다.

시장에선 KCGI가 결국 단기수익에 집착하는 사모펀드의 속성을 드러냈다고 본다. 사실 투자 수익률을 높일 수만 있다면 명분은 언제든 벗어던질 수 있는 게 사모펀드다. 미국 행동주의 사모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현대자동차를 들쑤시더니 슬그머니 주식을 다 팔고 나갔다. 주총을 앞두고 속성으로 만들어진 KCGI·조현아 공조가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조원태 회장도 숙제를 안고 있다.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실적이다. 근래 들어 항공시장은 죽을 쑤고 있다. 작년엔 일본이 발목을 잡더니 올해는 중국에서 초대형 악재가 나타났다. 전 세계 항공사들이 다 어렵다고 변명만 해선 주주들을 자기 편으로 삼을 수 없다. 이런 때야말로 그룹 총수가 능력을 발휘할 기회다. 조 회장은 지난해 11월 미국 방문 중 기자간담회에서 "이익이 안 나는 사업은 버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천은 더디다. 송현동 부지 매각은 꼭 1년 전 주총을 앞두고 발표한 '비전 2023'에 들어있던 것을 재탕한 것이다. 경영권을 지키려면 그에 걸맞은 의지와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