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희양(38·실종 당시 17세)은 1999년 2월 13일 경기도 평택시 도일동 버스정류장에서 내린 뒤 실종됐다. 키 163㎝에 둥근 얼굴형, 피부가 검었으며 실종 당시 흰색 블라우스와 빨간색 조끼, 파란색 코트를 입고 있었다./사진=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파이낸셜뉴스] 송길용씨(67)에게 전화를 걸자 "현수막을 달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송씨의 딸은 '실종된 송혜희 좀 찾아주세요'라는 현수막의 주인공으로, 시민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송혜희양(38·실종 당시 17세)이다.
2월이 오면 송씨의 마음은 더 무거워진다. 딸이 버스에서 내려 황망히 사라진 달이기 때문이다. 21년이 지났지만 송씨는 여전히 전단지를 뿌리고, 현수막을 수선하며 딸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10일 경찰청과 실종아동전문기관 등에 따르면 혜희양은 1999년 2월 13일 경기 평택시 도일동에서 밤 10시께 버스정류장에서 내린 뒤 실종됐다.
버스를 타고 통학하던 딸이 마을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내린 후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밤 늦게까지 딸이 돌아오지 않자 송씨는 가족들을 모두 깨워 밤새 찾아나섰지만 허사였다.
인적이 드문 시골, 늦은 밤 막차에 내린 딸을 목격한 사람은 버스를 운전한 기사 뿐이었다. 버스 기사는 당시 30대 남성 1명과 혜희양이 같이 내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경찰이 직접 수사에 나섰으나,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결국 딸을 직접 찾아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딸을 찾아 헤매는 동안 축사를 운영하며 남부럽지 않았던 재산은 사라졌다. 딸을 찾아나서는 동안 심장병과 우울증이 겹친 송씨의 아내는 2007년 딸의 전단지를 품에 안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송씨도 몇 번이고 포기하려 했으나 그 때마다 딸과 아내의 얼굴이 떠올라 마음을 다잡았다고 전했다.
강산이 두 번 바뀌었지만, 송씨는 여전히 서울과 평택 등지에서 변색된 현수막을 갈아주면서 딸을 찾고 있다. 수사에는 진전이 없어,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날도 하루 종일 현수막을 새로 달면서 하루를 보냈다. 그는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겠나, 누가 도와주는 것도 아니니 직접 현수막을 달고 있다"며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포기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혜희양은 키 163㎝에 둥근 얼굴형, 피부가 검었으며 실종 당시 흰색 블라우스와 빨간색 조끼, 파란색 코트를 입고 있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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