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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정년연장, 고참순 연공서열부터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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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계 등 개편 없으면
정규직 노조에 혜택 집중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고용연장에 대해서도 이제 본격적으로 검토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현 정부에서 정년연장은 처음 나온 말이 아니다. 지난해 9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본식 계속고용제 아이디어를 냈다. 60세 퇴직 이후 기업에 고용연장 의무를 부과하되 어떤 방식을 선택할지는 자율에 맡기는 식이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정년연장안의) 대전제는 청년고용과 상충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수립하는 것"이라며 "오는 2022년까지 계속고용제 도입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당시 재계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2022년이면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해다. 따라서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높이는 작업은 적어도 이 정부에선 없을 줄로 여겼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불쑥 정년 이슈를 끄집어냈다. 홍 부총리는 이 일로 바빠지게 생겼다.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정년 연장은 찬반이 날카롭게 대립한다. 찬성하는 쪽은 인구, 특히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이유로 든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은 축에 속하는 것도 사실이다. 국민연금을 받는 나이(65세)와 정년을 일치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반대하는 쪽은 정년연장을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의 기득권 연장으로 본다. 희생양은 청년들이다. 이 또한 설득력이 있다. 고임 고령자가 은퇴하면 청년 2~3명을 채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년을 높여봤자 혜택이 대기업 정규직 노조에 집중된다는 비판도 귀담아들을 일이다. 이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더 심화시킨다. 나이가 벼슬이 되는 연공서열제 아래에서 정년을 높이면 기업들은 죽을 맛이다. 그나마 부담을 줄이라고 만든 임금피크제는 유명무실한 장치로 전락한 지 오래다.

시기상 문 대통령의 제안은 4월 총선용 선심 정책이란 의심을 살 만하다. 바로 하루 전인 10일 한국노총은 각 당에 보낸 공개질의서에서 총선 평가항목에 '정년 65세 이상 보장'을 명시했다. 민주노총 소속 노조들은 정년연장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의 경우 지난해 64세 안을 놓고 사측과 협상을 벌였다.

인구감소라는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정년연장은 장차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서둘 일은 아니다. 모든 기업의 정년이 60세로 높아진 지 겨우 3년밖에 안 됐다. 정년을 더 높이기 전에 과연 60세 연장이 청년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객관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부터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