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적 행위로 법관 징계사유에 해당하지만, 형사상 처벌 불가"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재판 개입’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前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56·사법연수원 17기)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임 부장판사가 재판에 개입할 수 있는 직무권한을 가진 적이 없었으므로 관련 혐의로 형사처벌을 할 순 없다는 판단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판사 중 현재까지 유죄가 인정된 피고인은 한명도 없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14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 부장판사에게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하면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공모해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가토 전 지국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의 행적’ 관련 기사를 써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인물이다.
검찰은 임 부장판사가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고 2015년 3~12월 해당 사건의 재판장에게 청와대 입장을 적극 반영하도록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임 부장판사는 2015년 8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의 심리를 맡은 재판장에게 판결문의 양형이유 표현을 수정 및 삭제하라고 요청한 혐의도 받는다. 이외에도 2016년 1월 프로야구선수 도박 약식명령사건 담당판사에게 정식재판으로 회부하기로 한 당초 결정을 뒤집고, 약식명령을 내리도록 한 혐의도 있다.
1심 재판부는 임 부장판사의 재판관여행위에 대해 형사상 처벌은 할 수 없고, ‘법관 징계사유’에 해당할 뿐이라고 봤다. 애초에 임 부장판사에게 관련 직무권한이 없으므로 직권남용죄를 물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재판부는 “법관의 조직법상 상위기관인 사법행정권자(서울중앙지방법원장 등)는 법관의 독립을 해치지 않은 범위 내에서만 직무감독을 할 수 있다”며 “사법행정권자가 개별 법관의 재판업무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구체적 지시를 하거나 특정한 방향이나 방법으로 직무를 처리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직무감독권의 범위를 넘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수석부장판사라는 직무가 사법행정권자인 소속 법원장을 보좌하는 업무를 맡아왔더라도 법원장과 마찬가지로 '독자적인 사법행정권'이 있다고 인정하진 않았다. 구체적인 법원조직법상 근거규정이 없고, 관련 내용이 각급법원의 내규에 존재하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재판관여행위는 법관의 재판업무에 개입하는 내용”이라며 “그런데 중앙지법원장이 개판관여행위 당시 이를 피고인에게 구체적으로 위임·지시 또는 명령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봤다.
이어 “결국 법·제도를 종합적·실질적으로 관찰하더라도 피고인의 재판관여행위는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한다고 해석될 여지가 없다”며 “이는 자신의 지위 또는 개인적 친분관계를 이용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의 행위가 위헌적이라는 이유로 직권남용죄의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범죄구성요건을 확장 해석하는 것으로,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돼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유해용 변호사(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와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55·사법연수원 19기), 조의연(54·24기)·성창호 전 영장전담 부장판사(48·25기)에 이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법관들이 잇달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사건의 핵심 축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차장 등의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이들의 혐의는 양 전 대법원장 등의 공소사실에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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