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살인범죄 가운데 존속살인 8.4%
전년 5.7% 대비 크게 증가
범행동기..'경제적 이유'에서 '피해자의 과거 학대' 등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 초등학생 때 부터 술에 취한 아버지로부터 욕설 등 폭언에 시달리던 아들 A씨는 지난 2016년 1월 만취한 아버지가 자신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하자 홧김에 아버지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A씨는 법원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 치매를 앓고 있던 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아들 B씨는 평소 알코올 의존증을 앓고 있었다. 술에 취한 B씨는 어머니를 잔인하게 폭행해 숨지게 한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지난 6일 법원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
도리에 어긋나는 '패륜 범죄'으로 일컬어지는 존속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고령의 부모를 상대로 벌어지는 존속범죄는 현행법에 따라 형량은 가중되지만 관련 범죄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살인범죄 중 '존속살해' 8.4%
17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발생한 살인범죄 849건 가운데 존속살해는 71건으로, 전체의 8.4%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17년 전체 살인 범죄 가운데 존속살해 범죄 비율이 5.6%, 2016년이 5.7%에 그친 것을 비교하면 크게 증가한 수치다.
또 경찰청이 집계한 '경찰청 범죄통계'에서도 지난 2018년 존속살해 범죄 발생 건수는 44건으로, 전년도 25건 대비 19건이 더 발생했다.
범행 동기는 대체로 가해자의 정신 이상이나 음주, 피해자의 과거 학대 등이다. 과거 경제적 문제가 존속 범죄의 주를 이뤄다면 최근에는 고령의 치매를 앓고 있는 부모를 모시던 스트레스 또는 과거 학대를 받은 점 등이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또 이 같은 범죄는 부모 자식 간 '사소한 갈등'이 평소 쌓였던 분노를 터뜨리는 결과로 연결됐다. 일례로 지난해 12월 10일 오후 아버지와 함께 술을 마시던 이모씨(31)는 평소 가정문제로 아버지와 말다툼을 벌이다 아버지의 가슴과 옆구리 등을 수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과거 아버지로부터 정신적 폭력 등 가혹행위를 받았다"며 국민재판을 요청했다.
■"사회공동체의 부담 분담 필요"
앞서 지난 2011년 서울 구의동에서 발생한 '어머니 존손살해 사건' 역시 고등학교 3학년 아들 C군이 극단적으로 교육에 집착하는 어머니를 흉기로 찌른 범죄이다.
법조계에서는 존속 범죄에 대한 형량 가중보다는 사회 공동체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바른의 최재웅 변호사는 "존속범죄는 형량 가중으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면서 "국가와 사회 공동체가 관여해 사회 복지 시스템으로 예방해야 하는 문제"라고 짚었다. 최 변호사는 "과거 부모 부양 문제를 가족 구성원이 나눠 부담했다면 현재는 핵가족화에 따라 개인이 홀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사회공동체나 국가가 그 부담을 나누어 지지 않는 다면 존속범죄는 예방하기 어려운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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