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강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긴 강이다. 빅토리아호에서 발원한 백(白)나일 강이 에티오피아에서 시작된 청(靑)나일 강과 만나 하류에 비옥한 삼각주를 형성한다. 세계 4대 고대문명인 이집트문명을 낳아 이집트인에게는 탯줄과 같은 강이다.
'신의 축복'으로 불리던 나일강에 최근 대재앙의 그림자가 어른대고 있다. 에티오피아가 2011년 청나일강에 초대형 수력발전댐을 착공하면서 예고됐던 '시한폭탄'이 곧 댐 본격 가동과 함께 터질 참이다.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GERD)은 이름처럼 에티오피아로선 가뭄·빈곤에서 벗어날 '부활' 수단이지만, 하류의 이집트에는 용수 고갈을 알리는 사이렌이어서다.
이집트인들에겐 고대부터 수자원 확보가 숙명이었다. 국토 대부분이 건조한 사막이라 현재 국민의 95%가 나일강 유역에 살고 있다. 2011년 '아랍의 봄' 사태 이후 인구 증가세가 두드러지면서 식수난까지 겪고 있다. 20년 전 7000만명가량이었던 이집트 인구가 지난주 1억명을 넘어섰으니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니 이집트 정부는 수자원 확보를 '죽고 사는 문제'(압둘팟타흐 엘시시 대통령) 로 간주한다. GERD 착공 전부터 "소규모 댐을 분산 건설하라"고 에티오피아 측에 요구한 배경이다. 착공 후 한국 등 제3국의 GERD 건설 참여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것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나일강 물분쟁은 이미 국제적 이슈다. 이집트와 에티오피아가 "전쟁 불사" 의지까지 흘리고 있은 지금 우리가 '강 건너 불'처럼 바라만 보지 말아야 할 이유는 더 있다. 앞으로 한반도에서 가뭄 등이 더 잦아질 것이라는 기후전문가들의 경고가 그것이다.
현재 한국이 유엔이 분류한 '물부족국가군'에 속하는지를 놓고 해석이 엇갈린다. 분명한 건 우리나라도 2025년부터는 물부족 현상을 겪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는 사실이다. 탄소배출 억제 등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나일강 갈등'에서 얻어야 할 진정한 교훈일 듯싶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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