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이해진 고발한 공정위, 우물안 개구리 아닌가

관련종목▶

한세대 전 낡은 잣대로
혁신가 발목 잡아서야

공정거래위원회가 이해진 네이버 총수(동일인)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16일 밝혔다. 5년 전 본인과 친족이 소유한 계열사를 신고에서 빠뜨린 혐의다. 자칫 이해진은 법정에 서게 생겼다. 끝내 우려가 현실이 됐다. 네이버를 창업한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총수가 되지 않으려 무진 애를 썼다. 그러나 공정위는 2017년 네이버를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에 집어넣었고 이해진을 총수로 지정했다. 총수가 되면 공정거래법상 온갖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네이버와 같은 혁신기업을 공정위가 낡은 잣대로 옭아매는 것이 과연 옳은지를 두고 또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동일인 지정제는 1986년 공정거래법 1차 개정 때 도입됐다. 그땐 재벌의 경제력 집중, 곧 문어발 확장을 막는 게 지상과제였다. 정부는 기업집단, 곧 재벌의 순위를 매기면서 동시에 총수를 지정했다. 지금도 공정위는 해마다 5월에 자산 5조원 이상은 공시대상기업집단, 10조원 이상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발표한다.

이 제도를 도입한 지 34년이 흘렀다. 그새 세상은 제조업 중심에서 정보기술(IT) 중심으로 변했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은 한 세대 전 낡은 체계 그대로다. 몇 년 전 공정위가 이해진을 총수로 지정할 움직임을 보이자 네이버는 차라리 주력사인 네이버㈜를 총수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미 선례가 있다. 기업집단 포스코와 KT는 각각 ㈜포스코, ㈜KT가 동일인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를 거부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8월 보고서(공정거래법상 동일인 지정제도의 현황과 개선과제)에서 "(이해진은) 네이버㈜ 이외의 국내 계열사 주식을 한 주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네이버㈜는 대부분의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해진은 지난해 6월 한 강연에서 "중국에선 한 달에 수조원짜리 회사가 몇 개씩 나오는데, 우리나라는 옛날 프레임으로 (기업 자산이) 5조원·10조원이 되면 규제한다"며 "이게 나라 이익에 도움이 되는 건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시했다.

공정위는 시각을 로컬에서 글로벌로 바꿀 필요가 있다. 한국 IT 기업들은 전 세계 고객을 놓고 해외 경쟁사들과 싸운다. 네이버는 미국 구글과 경쟁한다. 지금 공정위는 로컬 규제를 앞세워 되레 우리 기업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전형적 역차별이다. 미국에선 포천·포브스 같은 민간잡지가 대기업 순위를 평가한다. 한국에선 여전히 그 일을 국가기관인 공정위가 하는 것 자체가 우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