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범죄합동수사단 폐지 후폭풍
수사력 강화·입증 완화 입법 필요
검찰, 네이처셀 대표 무죄에 항소
게티이미지
매년 크고 작은 금융·증권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주주도 늘고 있다. 이들 주주의 피해규모는 적게는 수십억원,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이들은 법적 다툼을 통해 피해를 만회하려고 하지만 녹록지 않다.
여기에 최근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과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검찰의 의도와는 상반된 판결이 잇따라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남부지검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네이처셀 라정찬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대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재판부의 결정이 12년의 실형과 300억원의 벌금, 235억원 상당의 추징금을 구형한 검찰의 판단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이유에서다.
라 대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줄기세포 치료제 후보물질인 '조인트스템'에 대한 조건부 품목허가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허위·과장 정보를 유포하고 235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라 대표의 혐의가 가볍지 않다고 판단, 실형과 함께 거액의 벌금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라 대표 등이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해당 정보를 유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상증자와 관련해서도 검찰이 제출한 증거 대부분이 미흡하고, 위법한 증거이므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흔히 '기업사냥'으로도 불리는 무자본인수 의심 사건에서도 혐의 입증이 어려운 경우가 발생한다. 코스닥에 상장된 5G 관련 한 사업체의 경영진은 무자본인수 의혹으로 수사대상이 됐지만, 최근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결심한 소액주주들은 허망한 심정으로 혹시 모를 기적을 기다리고 있다.
■입증이 관건…합수단 폐지 아쉽다
금융·증권 사건의 범죄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전문적 내용이 많고 얽혀 있는 이해관계자와 당사자가 적지 않아서다.
법조계 관계자는 "관련 사건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들은 상황이 좀 낫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금융감독원 등에서 파견된 인력의 지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며 "그럼에도 인과관계 입증, 증거 확보 등에 어려움이 따르고 재판부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이뤄진 증권범죄합동수사단 폐지가 이런 어려움을 더욱 키울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합수단이 있던 서울남부지검에 추가 인력을 파견했다고는 하지만, 유형의 수사단이 존재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검사들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전문성을 습득할 기회조차 줄어들 것이란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당장 '신라젠 주식매매 의혹'과 같은 굵직굵직한 사건의 법리공방이 눈앞으로 다가온 상황이어서 이런 우려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증권범죄합수단 폐지로) 검찰이 가진 역량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기회가 줄어든 것"이라며 "가능하다면 입법을 통해 금융·증권 사건 피해 규모에 따라 입증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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