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보수 통합을 표방하는 미래통합당(통합당)이 출범한 가운데 통합의 한 축인 유승민 의원의 ‘칩거’가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범 중도·보수 통합을 표방하는 미래통합당이 공식 출범했지만 통합의 한 축인 유승민 의원의 ‘칩거’가 길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창당식 불참은 물론 최근 열흘간 행방이 묘연한 유 의원의 일시적 공백을 놓고 통합의 정체성에서 오는 정치적 괴리감인 지 아니면 공천과정에 대한 모종의 신호인 지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유 의원은 지난 9일 총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를 다시 생각하며 숨 고르는 시간을 갖겠다”고 밝혀 일정기간 정치적 휴지기를 갖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맞붙어 4월 총선에서 필승을 거둬야 하는 만큼 나름의 총선 전략을 가다듬는 한편 통합의 정체성을 비롯해 통합 주체간 노선 및 정강정책 등에 대해 고심하는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일각에선 통합방식 등 범 중도보수 성향의 제 세력간 통합 과정의 불만이 표출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새보수당 출신의 이준석 통합당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유 의원은 원래 사색적인 인물”이라며 “고민이 있는 지점이 끝날 때 까지는 고민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해 당분간 유 의원의 잠행이 이어질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이 최고위원은 이어 “(칩거) 기간을 예측하진 않으려 한다”면서도 “지금 상태로는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 형태의 보수통합은 아니기 때문에 다소 시간을 가지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그는 유 의원이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전면에 나서거나 불출마 선언을 거두고 서울 등 수도권 험지에 출마해 총선의 상징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출마 가능성은 전혀 없을 것”이라며 “개혁이나 혁신이 어떻게 진행되는 지에 따라 역할이 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 소장은 “유 의원이 새보수당의 다른 의원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며 “본인은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데 빨리 공천 받으러 (통합의 길에) 가야한다는 의원들에게 입은 상처”라고 전했다.
19일 유승민 미래통합당 의원이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의 공천 방향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한 언론에 포착됐다. 뉴시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이날 한 언론은 유 의원이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의 공천 방향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포착해 보도했다.
‘더팩트’에 따르면 새보수당 출신 이혜훈 의원이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유 의원에게 총선 공천과 관련한 SOS를 보냈다. 그러자 유 의원은 공천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취지의 글을 공천관리위원에게 보냈다며 해당 글의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 보냈다.
해당 메시지는 “이언주나 새보수당이나 통합은 마찬가지인데 이언주는 험지인 경기광명을 피해서 부산으로 단수공천 받고, 이혜훈은 컷오프, 지상욱, 민현주는 수도권 경선, 하태경은 경선… 이런 결과가 되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내용이다.
또 “김형오 의장님(공천관리위원장)의 공천에 원칙이 뭐냐는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어제 김무성 대표의 지적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문구를 포함했다.
유 의원은 그러면서 “김형오가 갈수록 이상해지네”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총선 공약의 근거가 될 정강정책이나 이념 및 정체성 등에 대한 물리적·화학적 결합방식을 논의하기 위해서라도 유 의원이 황교안 대표와 회동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준석 최고위원은 “(당분간) 성사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은 만남의 적기가 아니다”라고 말했고, 새보수당 출신의 정병국 의원은 유 의원의 활동 재개 시점이나 황 대표와의 회동 등에 대한 입장을 묻자 “(유 의원께) 바라는 것이 없다”고 답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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