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고의 과학자 중 한 명인 미국의 칼 세이건이 1985년에 '컨택트(Contact)'라는 공상과학소설을 발표했다. 과학 교양서적의 고전 '코스모스'로 유명한 이 천문학자는 은하계에 100만개 이상의 문명이 실재한다고 믿었다. 외계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가정 아래 과학을 문학의 세계에 접목했다. 1997년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화된 이 SF소설 속 컨택트는 외계 생명체와의 첫 접촉을 의미했다.
한자문화권에서는 컨택트를 대면 또는 접촉이라고 번역한다. 두 단어는 동의어이긴 하지만 쓰임새는 다르다. 얼굴을 대한다는 대면보다 살의 맞닿음을 뜻하는 접촉의 농도가 좀 더 감성적으로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대면이라는 단어는 형식적이고 딱딱한 용도로 드물게 쓰일 뿐이다.
요즘 '비대면(Untact)'이란 생소한 단어가 부쩍 눈에 띈다. 고객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서비스와 상품을 판매하는 '언택트 마케팅'에서 유래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2018년 10대 소비트렌드' 중 하나로 이를 꼽은 적 있다. 키오스크, VR쇼핑, 셀프카페, 챗봇 등이 주요 활용사례다. 언택트는 컨택트의 반대말이므로 '비접촉'이라고 옮기는 게 적절하지만, 비대면이라고 붙여 다소 억지스럽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불안을 느낀 사람들의 비대면 소비 사례가 늘고 있다. 모 배송업체는 고객의 불안감을 덜어준다며 한시적으로 모든 주문물량을 비대면 배송키로 했다. 어떤 은행은 인터넷뱅킹 이용자에게 수수료를 면제해준다고 홍보하고 있다. 총선을 앞둔 선거캠프도 악수와 포옹을 마뜩잖아하는 유권자를 겨낭해 유튜브와 온라인 선거운동에 열중한다.
안전성과 편리함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비대면 서비스가 붐을 이루는 듯하다.
그러나 비대면은 접촉을 통한 소통이라는 인간 본연의 감수성에 맞지 않다. 비대면 소비는 결과적으로 일자리 감소를 초래한다. 무엇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지 않은 계층의 사회 부적응과 이반을 야기한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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