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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50일도 안남았는데 선거구 획정 두고 여야 신경전 지속


총선 50일도 안남았는데 선거구 획정 두고 여야 신경전 지속
국회 본회의장.
[파이낸셜뉴스] 4·15 총선이 50일도 채 남지 않았지만 정치권이 '게임의 룰'인 선거구 획정을 놓고 양보없는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여야가 서로 유리한 방향으로 인구하한선 기준을 고집하면서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공직선거법상 선거구 획정안의 국회 제출 시한은 선거일 13개월 전이나 이미 법정시한은 1년 가까이 넘겼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선거구 획정안을 둘러싼 여야간 최대 쟁점은 인구하한선 기준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지난해 1월 기준으로 인구 하한선은 13만6565명, 인구 상한선은 27만 3129명으로 설정했다.

이를 기준으로 전국 253개 지역구 중 인구 하한에 미달하는 선거구는 3곳(경기 광명갑, 부산 남구을, 전남 여수갑), 초과하는 선거구는 15곳(인천 중구·동구·강화·옹진, 남동을, 서구갑, 경기 수원무, 평택을, 고양갑, 고양병, 고양정, 용인병, 화성을, 강원 춘천, 전북 전주병, 전남 순천, 경남 김해갑, 세종)이다.

여야는 선거구 변동규모를 최소화해 혼란을 최대한 줄이는 것에는 합의하고, 내달 5일을 본회의 처리를 위한 데드라인으로 설정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선관위 쪽에서는 인구 하한선을 조정하는 네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며 "이 부분에 대한 의견이 모아져서 결정나면 다른 건 준비돼있기 때문에 빠르게 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인구하한선으로 △13만9000명 △13만9500명△14만명△14만500명을 제시했다.

하지만 여야 모두 속내는 자당에게 유리한 지역구를 뺏기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인구하한선 기준에 따라 통폐합되는 지역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중앙선관위가 현행법상 읍·면·동 단위 지역까지 선거구를 분리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합의점 찾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전북 김제·부안 선거구(2018년 1월31일 기준 13만9470명)를 인구 하한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미래통합당은 경기 동두천·연천 선거구(14만541명)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 주장대로라면 서울 강남 갑·을·병 3곳 지역구는 2개로, 경기 안산 4개 지역구는 3개로 합쳐진다. 세종시와 강원 춘천, 전남 순천 지역구는 각각 2개로 쪼개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통합당의 주장대로라면 전북 정읍·고창이 주변 선거구로 합쳐질 수 있다. 여당에게 '텃밭'인 호남 지역구를 쪼갤지, 합칠지를 두고, 여야가 양보없는 대치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역대 총선에서도 선거일이 임박해서야 선거구 획정이 겨우 정치적으로 합의됐었다.

17대 총선은 선거를 37일, 18대 47일, 19대 44일, 20대 42일을 각각 앞두고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지었다.

이현출 건국대 교수는 "정치권이 당리당략에 의해 선거구 획정을 주고받기식으로 논의하다보니 해당지역 후보자는 물론 투표를 하는 유권자들만 큰 혼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ju0@fnnews.com 김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