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재정 투명화 취지 무색
"처음 하다보니… 다시 공시"
용인시 1조3825억 빠뜨려
경전철 등 대규모 공사 여파
정부가 국회의 요구에 따라 올해 처음으로 지자체 우발부채를 통합공시(지방재정통합공시와 별건)했지만 약 1조7000억원을 누락한 채 공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정부와 일선 지자체의 안일한 업무대응 탓이다.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알려야 할 지방재정 상황이 대거 누락된 탓에 국민의 알 권리가 훼손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누락 부채 더하자 '4조→5조'로
1일 지자체 및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행안부가 지난 1월 발표한 2018년 결산기준 전체 지자체 우발부채에서 1조6744억원가량이 누락됐다. 행안부는 당시 전국 지자체 우발부채가 3조9658억원에 이른다고 공개했다. 그러나 본지가 이런 사실을 파악해 취재해 본 결과 누락된 우발부채를 합하면 지자체 우발부채는 6조원에 육박한다.
문제는 행안부에 이런 사실을 취재할 당시에도 행안부는 누락된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부랴부랴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는 등 조만간 공시를 다시 하겠다는 입장만 밝히면서 통합공시의 신뢰성에 먹칠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우발부채는 보증·협약 등에 따라 차후에 실제 부채로 바뀔 가능성이 있는 금액을 말한다. 지금 당장 갚아야 할 빚은 아니지만 차후 여건에 따라 지자체가 떠안아야 할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금액이어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민간사업자가 도로, 교량, 경전철 등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시설물을 건설하는 BTO 사업이 대표적이다.
물론 오래전부터 우발부채를 공개해왔지만 지자체 홈페이지에만 올라오는 터라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국회의 지적에 따라 올해 처음으로 행안부가 통합공시를 한 것이다. 행안부가 지자체에 관련 공문을 내려보낸 후 취합하는 과정에서 우발부채가 대거 누락된 것이다. 누락된 지자체는 △서울시 △경기 고양·용인·안산·의정부·시흥·군포·포천시와 양평군 △경북 경산시, 청송·영송군 △강원도 본청 등이다.
■용인시 1조3000억원 '가장 많아'
파이낸셜뉴스가 직접 파악한 누락된 우발부채를 모두 더해본 결과 1조6744억원으로 집계됐다. 경기 용인시가 가장 많았다. 경전철로 인한 우발부채가 1조3825억원에 달했다. 지난 1월 발표 당시 가장 많은 우발부채를 보유했던 부산시(1조2340억원)보다 높은 금액이다. 이 밖에도 포천시 1270억원, 시흥시 980억원, 서울시 457억원 등의 우발부채가 반영되지 않았다.
누락된 사유는 제각각이다. 우발부채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행안부가 요청한 기준을 혼동했거나 회신공문 없이 전자우편으로만 보내 반영되지 않은 사례도 있다.
아직 통계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역을 회신하지 않았는데도 행안부가 이를 반영하지 않고 그대로 공시한 경우도 있었다.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지방재정 상황을 알리기 위한 당초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행안부 관계자는 "처음 실시하다 보니 지자체와 원활한 의사소통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17개 시·도에 공문을 다시 내려보내 정확하게 공시하겠다"고 설명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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