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그룹이 두산공작기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아주그룹 입장에서는 자동화 제조설비에 특화된 '알짜' 물건인 만큼 사업다각화 대상으로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빅딜에서 두 번이나 물먹은 경험이 있어 이번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아주그룹은 최근 두산공작기계 인수를 위한 킥오프 회의를 가졌다. 두산공작기계의 주인인 MBK파트너스는 아주그룹이 제안한 가격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주그룹이 내놓은 안은 6000억원 규모의 특수목적회사(SPC)에 5대 5로 투자하되 지급보증 옵션을 통해 우위를 점하는 것이 골자다.
앞서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6년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부문을 1조1000억원에 인수했다. 2018년 1조1500억원 규모의 자본재조정(Recapitalization)을 통해 이미 투자원금을 모두 거둬들였고 2017~2018년 배당금으로 회수한 1807억원은 '덤'이다.
MBK파트너스는 기업공개(IPO)를 준비했으나 비교기업으로 고른 일본 디엠지 모리와 오쿠마 주가가 부진하자 잠정 연기했다. 결국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매각을 추진했다. 매각가격은 2조8000억원 규모로, 미국·중국·일본 등지의 투자자(5곳)와 협상을 벌여왔다.
하지만 두산공작기계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고정밀 5축 머시닝센터의 설계 및 제조기술'을 보유한 것이 문제가 됐다. 현행법상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될 경우 해당 기술의 수출이나 해외매각 시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MBK파트너스는 해당 기술 관련 매출 비중이 3%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으나 매각 과정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IB업계의 시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주그룹이 새로운 원매자로 등장한 것이다. M&A업계 고위관계자는 "2곳 이상이 두산공작기계 매각 실사를 진행했고, 상당히 진전된 상대가 있다"며 "아주그룹이 인수전 참여 의사를 밝혔으나 이는 자유의사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IB업계는 아주그룹이 두산공작기계 인수에 상당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빅딜에 두 번이나 참여했으나 결실을 맺지 못해서다.
아주그룹은 2017년 아주캐피탈 매각으로 확보한 3000억원을 포함, 1조원을 신사업과 인수합병(M&A)에 투입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아주그룹은 지난해 2차전지 전해액업체 파낙스이텍 인수전에 참여했으나 동화기업에 패했다. 세계 1위 폴리이미드(PI) 필름기업 SKC코오롱PI 인수전에서는 MBK파트너스에 공동인수를 제안했지만 글렌우드PE가 가져갔다"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아주그룹으로선 두산공작기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ggg@fnnews.com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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