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유럽·중동 감염자 급증 '초긴장'… 루브르 박물관도 닫았다

코로나 중국 외 64개국으로 확산
이탈리아·이란 공포의 중심지로
주변국 출입국 막는 등 비상대응

유럽·중동 감염자 급증 '초긴장'… 루브르 박물관도 닫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거점이 최초 발원지인 중국을 넘어서 이탈리아, 이란 등지로 확산 추세다. 그야말로 글로벌 팬데믹 상황에 직면했다. 이탈리아와 이란이 주변국에 코로나19를 전파하는 새로운 바이러스 발원지로 떠올랐다. 코로나19 청정국을 자신하던 미국 등 다른 국가들도 새로운 발원지로 오염될 것을 우려해 출입국 제한 범위를 더욱 높이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2일 중국 본토의 신규 확진자는 202명으로 지난달 29일(573명)에 비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사망자 증가폭도 42명으로 5일 연속 50명 아래 머물렀다. 이날까지 세계 확진 및 사망자 수는 각각 8만9004명, 3048명으로 집계됐으며 대만과 홍콩, 마카오를 포함한 중화권 외에서 발생한 확진자와 사망자는 세계 64개국에서 8831명, 133명으로 나타났다.

■유럽의 공포가 된 이탈리아

지난 1월 31일 수도 로마의 중국인 관광객 2명이 첫 확진판정을 받자마자 비상사태를 선포했던 이탈리아 정부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환자에 나라 전체가 마비됐다. 확진자 수는 지난달 21일에 갑자기 3명에서 19명으로 늘더니 1일 기준 1694명까지 늘었다. 사망자 또한 34명으로 집계됐다. 확진자들은 북부 경제거점인 밀라노가 포함된 롬바르디아주와 베네치아가 들어간 베네토주에 집중됐지만 점차 남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전체 30개주 가운데 16개주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현지 당국은 북부 3주의 휴교령을 이달 8일까지 연장하고 북부 주요 관광지들을 폐쇄했다.

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댄 주변국들도 비상이다. 프랑스의 확진자는 전날 100명에서 이날 130명으로 늘었고 누적 사망자는 2명이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 29일 발표에서 제한된 장소에 5000명 이상이 모이는 행사를 당분간 금지한다고 발표했고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은 1일부로 임시 휴장했다.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경우 사망자는 없지만 1일 기준 129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하루 만에 환자 숫자가 2배로 늘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1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유럽의 다른 선진국들도 이탈리아처럼 놀라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란발 코로나에 숨죽인 중동

중동 국가들은 이란을 중심으로 번지는 코로나19에 긴장하고 있다. 현지 당국에 의하면 이란 내 확진자는 2일까지 978명으로 집계됐으며 54명이 사망했다. 이란과 이웃한 이라크에서도 1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란과 국경을 접하지 않은 바레인이나 쿠웨이트, 레바논 등에서도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이란의 이슬람 시아파 성지인 '쿰'을 지목하며 이곳을 방문한 이슬람 순례자들이 여러 사람이 모인 예배환경에서 쉽게 감염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쿠웨이트를 비롯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바레인등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 일부는 최근 이란을 방문해 시아파 성지나 수도 테헤란에 머물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란을 포함해 중동 10개국의 확진자 숫자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이틀사이에 두 배로 증가하며 1000명을 넘어섰다. 이라크 터키 등 주요국들은 이란에 대한 출입국을 금지했고 아랍에미리트연합이나 오만, 바레인 등은 이란을 여행 금지국으로 지정했다.

가뜩이나 미국의 경제제재로 신음하고 있는 이란은 이처럼 중동 이웃들조차 문을 걸어잠그면서 코로나19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모하마드 알리 라자마니 다스타크 이란 국회 부의장은 확진 판정을 받고 며칠이 지난 지난달 29일에 사망했다. 이외에도 보건부 차관, 국회의원등 정부 내에서도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1일 발표에서 이달 3일부터 민병대와 의료진으로 구성된 30만개 팀을 꾸려 집집마다 방문해 환자를 색출하겠다고 밝혔다.

■2차 국가들도 중국처럼 막히나

코로나19 확산을 주시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은 새로운 진원지로 떠오른 이탈리아와 이란 역시 중국처럼 막아야 할 지 고심하고 있다. 1일 카리브해의 도미니카공화국에서는 이탈리아 국적 남성이 첫 확진 판정 받았다. 이날 멕시코에서도 밀라노에서 공부하다 귀국했던 유학생이 감염자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브라질과 에콰도르에서도 각각 이탈리아 및 스페인을 다녀왔던 감염자가 발견됐다.

지난달 긴급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대구와 이탈리아 북부지방에 최고 등급 여행경보를 내렸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일 자신의 트위터에다 "특정 위험국 지정 국가 출신 여행자들은 출발지에서 탑승 전 검사와 더불어 미국에 도착해서도 검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이날 백악관은 코로나19 대처를 지휘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백악관 회의를 주재했다며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이 한국과 이탈리아, 이란 및 중국에서 출국하는 승객에 대한 검사 조치들을 논의 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달 초에 중국 여행객의 입국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리고 같은달 말에 이란인의 입국을 제한했지만 아직까지 한국과 이탈리아 경유자들의 입출국을 직접 막지는 않았다. 이날 미국에서는 지난달 29일 사망한 70대 남성이 사후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2명으로 늘었다. 앨릭스 에이자 보건 장관은 같은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모든 것이 항상 테이블 위에 있다"며 다른 국가에도 중국처럼 입국제한을 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