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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혁신 훼방꾼 국토부, 거드는 국회

합법 타다 서비스에 대못질
한국판 붉은깃발법 만드나

혁신 모빌리티 타다가 지난 4일 조만간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타다를 즐겨 타던 170만 이용자들은 불편을 겪게 됐다. 1만2000명 타다 드라이버들은 당장 일자리가 걱정이다. 타다는 지난 2018년 10월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1년5개월 만에 핵심사업을 접게 됐다. 정부는 더 이상 혁신성장을 말할 자격이 없다. 오히려 혁신의 훼방꾼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국회, 특히 집권 더불어민주당도 오십보백보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표 앞에 굴복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곧 타다금지법은 입법부의 횡포다. 지난해 10월 검찰은 이재웅 쏘카 대표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타다를 무면허 불법 콜택시로 봤다.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지난달 중순 서울중앙지법은 타다를 초단기 렌터카 서비스로 보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국회는 판결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타다 서비스에 대못질을 하는 개정안을 서둘러 처리했다.

쏘카 이재웅 대표는 국토교통부와 김현미 장관, 개정안을 발의한 민주당 박홍근 의원을 줄기차게 비판했다. 이번에도 그는 "혁신을 금지한 정부와 국회는 죽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장관과 정부는 혁신기업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눈물과 일자리를 잃게 된 수천명 드라이버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우리는 이 대표가 다 잘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의 직설화법은 종종 나이 지긋한 택시기사들의 속을 긁었다. 정부 관료와 정치인의 눈에 이재웅은 아주 건방진 인물로 비쳤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혁신에 대한 이재웅의 소명의식만은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정부와 국회가 "새로운 꿈을 꿀 기회조차 앗아갔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혁신을 꿈꾸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죄송하다"고도 했다. 이재웅(52)은 '다음'을 창업한 벤처 1세대로 후배들에게 남다른 책임감을 보였으나 끝내 좌절했다.

지난해 한국 경제는 간신히 2% 성장에 그쳤다.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성장률은 더 위태롭다. 문재인정부는 혁신성장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 그래서 대박을 터뜨린 스타트업, 곧 유니콘 기업을 대거 육성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러나 실제론 타다금지법 같은 낡은 규제로 혁신을 가로막는다.
이래선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믿기 어렵다. 영국에 어리석은 붉은깃발법이 있다면 한국엔 낡아빠진 타다금지법이 있다. 한마디로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