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군대 내에서 구타나 폭언 등 직접적인 가혹행위가 없었더라도 직무상 극심한 과로나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직무수행과 사망 간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 만큼 보훈보상 대상자로 인정해 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사망한 A씨의 모친인 이모씨가 “국가유공자 및 보훈보상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경북북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일부 승소 취지로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2014년 6월 육군에 입대해 전차대대 화포 정비병으로 복무한 A씨는 이듬해 5월 포상휴가 중 부대복귀일에 열차에 뛰어들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후 이씨는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신청을 했지만 보훈처는 ‘망인의 사망이 군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 중 사망하였다거나 군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과 관련한 구타, 폭언 또는 가혹행위 등이 직접적인 원인이 돼 자해 사망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가유공자 및 보훈보상대상자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처분했다.
그러자 이씨는 “아들이 군 복무 중 정비관과 선임병의 지속적인 지적과 질책으로 인한 언어상 가혹행위 및 지휘관의 관리감독 소홀 등으로 인한 과도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것”이라며 “사망은 군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며 소송을 냈다.
1.2심은 “망인이 상관으로부터 각종 장비 및 훈련지시, 위험지역에 있었다는 이유로 수회에 질책을 받은 적이 있어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보이고, 적성적응도 검사결과 즉각적인 도움이 필요한 것으로 밝혀졌는데도 부대는 전문 상담관과의 면담을 실시하지 않고, 가족과 연계한 관리도 하지 않았다”면서도 “이런 사실만으로는 군 복무생활로 망인의 정신질환이 발병했거나 우울증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지가 완전히 배제된 상태에서 자살을 하게 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보훈처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국가유공자법상 순직군경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보훈보상대상자 비해당결정에 대한 원심 판단은 잘못됐다고 봤다. 군인이 직무 중 다치거나 숨진 경우 그 직무가 국가 수호나 안전보장과 직접 관련이 없으면 보훈보상 대상자가 되는데 연금액은 국가유공자의 70% 수준이다.
대법원은”‘망인의 자살은 개인적 취약성 및 병영생활 자체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소속부대에서의 부적절한 대처가 복합돼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학적 소견 등에 비춰볼 때 망인이 자살 직전 극심한 직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으로 우울증세가 악화돼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망인의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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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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