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금융 활성화 전략 발표 후 외형 성장
대출 부실 우려에 대부분 은행 여전히 소극적
제도 개선 및 銀 내부시스템 구축 필요
[파이낸셜뉴스] 금융당국이 중소기업들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 내놓은 '동산(動産)금융 활성화 추진전략' 시행 2년간 은행권의 동산담보대출 규모가 적잖게 확대됐다. 그러나 외형적인 규모는 확대됐지만, 당초 정부의 목표치엔 미달했고 특정 은행의 비중이 6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실상은 녹록지 않은 모습이다. 이는 은행들이 여전히 동산담보대출의 부실 위험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어 신중한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주요 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의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약 94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잔액인 약 3400억원 대비 176%, 금융당국이 활성화 전략을 내놓은 2018년 5월 잔액인 약 2500억원 대비 276% 증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 일각에선 은행이 부동산 위주의 담보대출 관행에서 벗어나 정부의 생산적금융 기조에 어느 정도 부합하려는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동산담보대출은 부동산이 아닌 기계설비, 재고자산, 농·축·수산물, 지식 등의 담보를 바탕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제도다. 중소기업들의 원활한 자금 융통을 돕기 위해 담보 인정 범위를 확대했다.
하지만 실상은 녹록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우선 지난해 정부가 상정했던 목표치(1조5000억원) 달성에 실패했다. 당초 정부는 활성화 전략 발표 후 세부 계획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2022년까지 동산담보대출 잔액을 6조원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한 기업은행의 비중이 여전히 대부분(65%·약 6100억원)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스마트 동산담보대출'을 출시했는데, 이 상품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기업여신상품과 결합해 동산자산의 담보가치와 안정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까지 총 지원 규모는 1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결국 기업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은행들이 동산담보대출에 소극적인 이유는 담보로 삼은 대상들의 훼손 및 분실 가능성 등이 있고, 부동산에 비해 담보가치 측정이 어려워 대출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에서 농수산물과 기계설비 등의 담보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고, 담보물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 사후 관리도 쉽지 않다"며 "동산담보 자체의 리스크가 크다보니 은행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관련 제도의 개선과 은행들이 동산담보를 정확히 평가하고 지속 관리할 수 있는 내부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 정부는 동산담보법 개정을 추진하고, 회수가능성 등을 보장하는 동산담보 회수지원기구를 만든다는 방침"이라며 "향후 담보물 고의 훼손시 처벌 및 개인사업자들의 동산담보 활용이 가능해지고, 동산이나 IP(지적재산권) 등을 1개의 담보로 취급해 대출을 할 수 있는 일괄담보제도 도입될 것"이라고 전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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