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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32만원…대입 정시 확대기조에 1인당 사교육비 '역대 최고'

월 32만원…대입 정시 확대기조에 1인당 사교육비 '역대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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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지난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2만1000원으로 또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학생 수는 줄었지만 사교육비 총액은 2010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고, 사교육을 받는 학생 비율과 주당 참여시간 모두 증가했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2019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1조원으로 2018년 19조5000억원보다 1조5000억원 증가했다. 전체 학생 수는 2018년 558만명에서 2019년 545만명으로 2.4%(13만명) 줄었는데 사교육비 총액은 7.8% 늘었다.

사교육비 총액은 2010년 이후 최고치다. 사교육비 총액은 2009년 21조6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계속 감소해 2015년에는 17조8000억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증가세로 돌아서 2016년부터 4년 연속 사교육비 총액이 증가했다.

지난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2만1000원으로, 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2018년 29만1000원보다 3만원 올라 증가폭도 '역대급'을 기록했다. 2018년에도 2017년보다 1만9000원이 늘어 '역대급'이라 불렸는데 이 기록을 갈아치웠다.

초·중·고교 모든 학교급에서 1인당 사교육비가 증가했다. 특히 고교생의 증가폭이 가장 컸다. 초등학생은 29만원으로 전년보다 2만9000원(10.3%) 중학생은 33만8000원으로 2만6000원(8.4%) 올랐는데 고교생은 36만5000원으로 4만4000원(13.6%)이나 증가했다.

실제 사교육을 받는 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42만9000원으로 40만원을 넘어섰다. 역시 전년 39만9000원보다 3만원 올랐다. 고등학생이 가장 많은 월평균 59만9000원을 사교육비로 지출했다. 중학생 47만4000원, 초등학생 34만7000원이다. 고등학생은 전년보다 5만원(9.1%) 늘었다. 초등학생은 2만9000원(9.1%) 중학생은 2만6000원(5.8%) 증가했다.

◇영어 사교육비 가장 많이 올라…수능 절대평가 취지 무색

모든 교과에서 사교육비 지출이 증가했다. 국어, 수학, 영어 등 일반교과에 지출한 1인당 사교육비는 월평균 23만5000원으로 전년보다 2만3000원(10.6%) 늘었다. 예체능과 취미·교양에 지출한 1인당 사교육비는 8만3000원으로 전년보다 7000원(9.6%) 늘었다. 예체능·교양에 지출한 사교육비보다 일반교과에 지출한 사교육비 증가폭이 더 컸다.

국어 사교육에는 월평균 2만3000원을 써 전년보다 2000원(11.0%) 늘었다. 수학 사교육에도 전년보다 7000원(8.8%) 많은 9만원을 지출했다. 영어 사교육에 들어가는 돈이 9만4000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년보다 9000원(10.8%) 더 지출했다.

증가폭은 국어가 가장 높았지만 금액으로는 영어가 가장 많이 늘었다.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부터 영어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한 취지가 무색하다는 평가다. 절대평가는 90점 이상이면 1등급을 받는다.

하지만 2018년 11월 치러진 2019학년도 수능에서 영어 1등급 비율은 5.3%로 상대평가에서 1등급 비율 4%와 큰 차이가 없었다. 사교육비 조사는 지난해 3~5과 7~9월에 지출한 사교육비를 각각 5~6월과 9~10월에 조사한다. 2020학년도 수능에서 영어 1등급 비율은 7.4%로 늘었다.

사교육에 참여한 학생만 놓고 보면 일반교과에 지출한 1인당 사교육비는 41만5000원이다. 전년보다 1만7000원(4.2%) 늘었다. 영어가 21만3000원으로 가장 많고 수학 19만1000원, 국어 10만8000원, 사회·과학 10만8000원 순이다. 영어는 전년보다 6000원(2.8%) 늘었고 국어는 4000원(3.4%), 수학은 3000원(1.7%) 증가했다.

전체 학생 가운데 사교육을 받는 비율과 주당 사교육 참여시간도 모두 증가했다. 지난해 사교육 참여율은 74.8%로 2010년(73.6%)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교육 참여율은 2007년 77.0%에서 꾸준히 하락해 2016년 67.8%까지 낮아졌다. 2017년(71.2%)부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사교육 참여율은 초등학생이 83.5%로 가장 높았고 중학생 71.4%, 고등학생 61.0%였다. 초·중·고교 모든 학교급에서 사교육 참여율이 증가했다. 고등학생은 2.4%p, 중학생은 1.7%p, 초등학생은 0.9%p 증가했다.

주당 사교육 참여시간은 평균 6.5시간으로 전년 대비 0.3시간 늘었다. 주당 사교육 참여시간은 초등학생 6.8시간, 중학생 6.8시간, 고등학생 5.7시간 순이다. 전년보다 고등학생은 0.4시간,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0.3시간 증가했다.

◇"정시 확대 기조가 사교육비 증가 원인…로드맵 가진 대책 나와야"

사교육비 증가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대입에서 정시 확대 기조가 이어진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2018년 8월27일 발표하며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방안'에서 모든 대학은 정시 비중을 30% 이상으로 올리도록 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역대급'으로 증가한 데는 대입에서 정시 확대 기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라며 "수시에서도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요구하는 대학이 많아 내신과 수능을 모두 준비해야 하는 부담감이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교육비 증가는 앞으로도 꺾이지는 않을 전망이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녀의 입시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교육부는 지난해 11월28일에는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서울 소재 주요 16개 대학은 2023학년도까지 정시 비중을 40% 이상으로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은 2019년 사교육비 조사 이후 발표된 것이어서 2019년 조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2020년 사교육비 조사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입 단계에서도 2024년까지는 외국어고·국제고·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입시가 남아 있다.

구 국장은 "대입뿐 아니라 고입 단계에서도 사교육 유발 요인이 많은데 외고·국제고·자사고 폐지와 같은 고교 체제 개편과 고교학점제 실시는 2025년으로 미뤄졌다"라며 "사교육비 증가폭이라도 낮추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로드맵을 가진 대책을 정부가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지역의 교육환경과 사교육 특성 등을 고려한 사교육 경감 대책을 4월까지 수립하고, 교육부 및 민간전문가들과 합동으로 점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