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우룡 부산 동래구청장의 모습. 사진=동래구청 제공.
【파이낸셜뉴스 부산】 지난 2월 21일, 부산에서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발생 지역은 부산 동래구.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창궐할 동안 부산에선 여전히 잠잠했던 터라 첫 확진자의 충격은 컸다.
김우룡 동래구청은 당시를 떠올리며 ‘청천벽력’이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관내 온천교회를 중심으로 하루에도 몇 명씩 환자가 터져 나오자 사실상 전시에 가까울 만큼 하루하루가 급박했다. 시간은 어느새 19일이 흘렀고, 최근 동래구와 부산 전역에선 3일째 추가 확진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아직 긴장을 풀기엔 이른 시점이지만 10일 중간점검 차원에서 김 구청장을 만났다.
다음은 김 구청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지난 2월 21일 동래구에서 부산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당시 상황은 어떠했으며, 심정은 어땠나.
▲ 한마디로 청천벽력이었다. 우리 구는 다행히 미리 대처를 해둔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예기치 않게 확진자가 발생하자 무척 당혹스러웠고 구민들께 송구한 마음이 컸다.
국내에서 처음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날이 1월 20일이다. 이때부터 이미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해 구 청사에선 발열체크를 설치하고 다중집합시설에는 방역을 했었다.
- 제일 먼저 지시한 대응조치는 무엇이었나.
▲ 의심환자의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판정된 날이 금요일 밤이었다. 그분이 부산 1번이었는데, 보고를 받고 그분의 현재 소재지를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당시 이분은 안락동의 한 식당에 있었는데, 그 즉시 식당을 폐쇄 시키고 환자를 부산의료원으로 옮겼다.
다음날부턴 전시체제나 다름없었다. 토요일 아침인 22일에 간부회의를 열고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매일 아침 코로나19 긴급대책회를 열고, 그날그날 상황을 파악해 조치하고 있다.
- 특히 2월 22일~25일까지 온천교회에서 대규모 발병자가 발생했다. 아주 급박했을 것 같다. 어떤 대응을 했나.
▲ 확진자가 온천교회 신도이며, 130여 명이 교회 수련회를 참가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우선 직원 70여 명을 보내 온천교회 신도 1400여 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했다. 밀접접촉자를 빨리 찾아내 이분들을 검사받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최초 확진자가 검사를 받고 난 뒤 24시간의 행보가 가장 큰 '방역 구멍'이 될지도 모른다고 판단했고, 초기대응에 실패하면 대구 신천지교회처럼 일파만파로 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교회 신도 1085명이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릴 때도 정말 아찔했다. 우려 한대로 23일 온천교회에서 8명이 나왔고 24일 14명, 다음날(25일) 4명이었다.
이제 구가 할 일은 자가격리자를 잘 케어해주고 추가 확산방지를 위한 방역활동을 펼치는 것이었다. 지금도 고생하고 있지만 직원, 통장, 방재단, 안전관리단 등이 적극적으로 나선 데 깊이 감사를 드린다.
- 동래구의 코로나19 매뉴얼에는 검사자 및 자가격리자를 일대일로 관리하고 있다고.
▲ 시에서도 지적된 사항이지만 의심환자가 검사를 받고 난 뒤 24시간 동안 시간 공백이 생긴다. 자가격리 중에도 지침을 어기는 사례가 있었다.
그래서 자체적으로 일대일 직원 모니터링을 보완해 케어하게 됐다. 검사를 받은 의심환자, 자가격리자 등 이들을 대상으로 전담 직원을 배정해 일대일 관리를 하는 것이다. 주로 매일 2회 문안 전화를 하고 문자나 이메일을 통해 각종 안내, 자가격리 준수 여부 등을 확인시켰다.
이점이 구민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감염 예방에도 큰 효과를 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동래구 방역단을 보면 판초우의를 입고 있다. 어떤 이유가 있나.
▲ 방역 활동은 지금도 매일 200여 명이 나가고 있다. 동래 구석구석 안한 곳이 없을 정도다. 그런데 이분들이 매일 방역을 하는데, 사실 방역복 구입이 힘들었다.
처음 80벌을 구입했는데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직접 전화를 걸어 군부대에 지원 요청했다. 처음엔 30벌 얘기가 나왔는데, 그걸로는 택(턱)도 없다고 더 달라 했다. 그랬더니 고맙게도 300벌을 지원해 주더라. 그 덕에 지금도 안전하게 잘 쓰고 있다. 군부대 입장에서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었을 텐데 도움이 정말 컸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농심호텔 서홍주 대표도 방역단이 고생이 많다고 입욕권 2000매를 통 크게 기부해 줬다. 이렇게 위기 상황에서 각 계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 (왼쪽) 관내 군부대로부터 지원받은 판초우의를 입은 동래구 방역단이 방역활동을 펼치고 있다. (오른쪽) 대선주조에서 지원받은 소독용 알코올을 살수차를 통해 살포하고 있다. 사진=동래구청 제공.
- 살수차를 동원한 방역활동도 화제가 됐다.
▲ 방역복도 부족했지만 방역 약품도 부족한 실정이었다. 이때도 관내 기업인 대선주조 조우현 대표가 도움을 줬다. 대선주소에선 소독용 알코올 20여 톤을 지원받았다.
이것을 뿌리려고 하니 살수차로 하는 게 좋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래서 청소차와 녹지차 5대에 소독약품을 넣어 활용하게 됐다.
이때까지 주요 시설이나 골목골목은 했지만 간선도로나 온천천과 같이 범위가 넓은 장소에선 사람의 손으로 하기 힘들었다. 살수차를 보고 구민들이 ‘속이 다 시원하다’라고 하더라.
- 이 외에도 도움을 받을 사례가 있나.
▲ 셀 수 없이 많아서 다 기억 못 할 정도다. 생수며 라면, 마스크, 손소독제 등 아직도 보내오는 곳이 많다. 새마을금고, 대형마트, 아파트 등에선 기탁금을 보내오기도 했다.
그중 기억에 남는 곳은 한 초등학생 2명이 먹고 힘내라며 박카스와 컵라면을 보건소로 보내왔다고 들었다.
힘든 상황 속에서 어린이들이 보내준 따뜻한 말과 마음씨가 그대로 전달돼 큰 힘이 됐다.
- 이번 코로나19 사태 대응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 지금까지 동래구에 이런 큰 사태가 일어난 적이 없었던 거 같다. 코로나19는 정말 전파력이 빨라 대응에 애로가 많았다.
아쉬운 점이라면 마스크와 손소독제 수급을 원만하게 하지 못한 점이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관내 어르신과 임신부에게 5매씩 배부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는 올해 동래구가 ‘2020 동래방문의 해’다. 작년부터 정말 의욕적으로 준비해왔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다. 빨리 사태를 종식시켜 지역 주민과 동래를 찾는 관광객의 환한 웃음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최근 관내 발병자가 수그러든 실정이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고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나.
▲ 우리 구에서는 하루에 3~8명씩 발생하던 확진자 수가 3월 들어 지금까지 3명으로 크게 줄었다. 온천교회 신도, 고위험 직업군 등이 1600여 명인데, 이들도 대부분 자가격리가 해제됐다.
진정세에 접어든 게 아닌가 하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해보지만 그래도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 계속해서 주의 깊게 살펴보고 대처해 나가겠다
앞으로 종교시설, 학원, PC방, 노래방 등 소규모 시설에 대한 관리와 지도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다.
-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지역 경제와 관광도 큰 타격을 입었을 것 같다. 향후 안정화된다면 어떠한 정책을 추진할 것인가.
▲ 이번 일로 명륜1번가 일대가 많이 침체됐다. 지나갈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다행히 최근에 20여 개 업소가 자발적으로 임대료 인하 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역민이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나가자는 공동체 정신이 발휘되고 있다.
- 지난 1월 낙민동에서 임시청사를 열었다.
▲ 기존 구 청사는 57년 된 노후 건물로 현재 철거작업 중에 있다. 올해 상반기에 공사를 시작해 2022년 상반기에는 신청사에서 구민을 맞을 수 있도록 하겠다.
신청사 건립을 위한 첫 발을 디딘 것에 대하여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100년을 내다보는 지역의 중심 랜드마크 역할을 했다는 무거운 책임감도 느낀다.
- 마지막으로 구민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 관내에서 집단감염자 발생으로 구민 여러분께 많은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저를 포함한 동래구 전 직원은 지금의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 모든 행정력을 총동원하여 대처해 나가겠다.
여러모로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 견뎌 주고 계신 주민 여러분과 각지에서 아낌없는 격려와 성품을 보내주신 많은 분들, 휴일도 없이 방역활동에 전념하고 계신 방역단원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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