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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미 대선유세도 타격..연단소독, 사라진 악수

샌더스 · 바이든 유세장마다 소독열풍 일부 지역 유세는 아예 취소 투표율도 위기..일부 노인 투표소도 사라져

코로나19에 미 대선유세도 타격..연단소독, 사라진 악수
[클리블랜드(미 오하이오주)=AP/뉴시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10일 밤(현지시간)으로 예정됐던 버니 샌더스 미 버몬트주 상원의원의 선거유세가 취소됐다는 안내문이 붙은 클리블랜드 선거유세장 건물 앞을 한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샌더스뿐 아니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측도 이날 클리블랜드 선거 유세를 취소했다. 2020.3.11
[ 워싱턴 = AP/뉴시스] 차미례 기자 = 2020 미국대선 유세의 새로운 풍경들.. 후보들이 연설하러 나오기 전에 연단과 탁자를 소독한다. 악수 대신에 주먹이나 팔꿈치를 맞대며 인사한다. 아기 볼에 입을 맟추는 가장 다정한 어필은 절대 불가능. 유세 모임이 아예 취소되기도 한다. 후보들을 박수와 환호로 맞아주는 청중도 없이 썰렁한 공간에 기자들과 선거참모들만 모인 앞에서 진행하기도 한다...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팬데믹에 이르면서 미국의 대선후보드릐 선거전이 이런 모습으로 변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조 바이든과 버니 샌더스 후보의 선거본부도 코로나19에 강타 당해 어지러운 상황이다.

현재 바이든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선두에 서고 샌더스가 가까스로 이를 추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긴급상황들은 선거전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만약 코로나19의 영향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남은 대통령 선거 캠페인도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수 밖에 없다"고 민주당의 베테랑 선거전략가 제시 퍼거슨은 말했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 선거본부의 대변인 출신이다.

"정치란 기본적으로 국민과 이들을 대변하는 지도자간의 상호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것인데, 전염병 때문에 이 기능이 정지된다면 모든 것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선거운동 방식도, 집집 마다 방문하거나 행사를 마련하는 일도, 정치선전을 통해 후보의 이념을 파는 일도 다 달라져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코로나19가 미국내에서 맹위를 떨치며 매일처럼 환자수와 사망자 수를 경신하고 있는 동안에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온적인 대응이 코로나 확산을 키웠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여왔다.

게다가 10일은 코로나 19가 대선 선거운동을 근본부터 뒤흔든 중요한 첫 기록을 남겼다. 조 바이든과 버니 샌더스가 모두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유세를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역 보건당국의 권유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일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6개 주 유세중 최소 4곳에서 승리한 바이든 후보는 대군중 앞에서 하기로 했던 승리의 연설 대신에 각지의 선거본부에서 모여든 수십 명의 선거참모들 만을 앞에 두고 그 연설을 해야했다.

2020년 대선 캠페인 가운데 가장 극적인 대규모 축하행사를 기대했던 바이든으로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김빠진 유세였다.

국가의 대형 위기가 대통령 선거전의 발목을 잡거나 진행을 방해했던 경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 대선 당시 미국 경제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을 때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는 선거유세 도중에 워싱턴의 의회로 불려가서 일을 해야했다. 의회의 위기 대응 노력에서 빠지면 선거운동의 탄력을 잃을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당시 매케인의 수석 보좌관이었던 스티브 슈미트는 이번 코로나 사태가 특히 샌더스와 트럼프에게 가장 문제가 될 거라고 말했다.

"지금 마지막 힘을 다하고 있는 진보주의자 샌더스에게는 정치환경이 얼어붙은 거나 같다. 군중집회 없이는 혁명이 불가능하다"고 그는 말했다.

또 지금까지 경선없는 공화당 후보로 전국적인 유세에서 수많은 지지군중을 확보하고 의기양양하던 트럼프의 재선에도 불리하다고 했다.

"트럼프 쇼는 군중에 의해서 유지된다."고 슈미트는 이유를 설명했다. 트럼프 재선본부는 앞으로 예정된 대규모 유세의 일정을 변경한다고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최근 한동안은 지방 유세 스케줄이 없다. 즉각적인 연쇄반응을 노리고 바쁘게 움직이던 이전과는 다른, 매우 특이한 상황이다.

트럼프 선거본부는 미시간주에서 예정된 "트럼프를 위한 여성 행진"도 연기했다. 참가 여성 한 명의 남편이 워싱턴의 "보수정치행동 대회"(CPAC)에 참가한 뒤 코로나19 양성반응이 나왔기 때문에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고 선본 측은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12일부터 다시 서부지역 유세에 나선다. 여기에는 두 차례의 기금모금 행사와 라스베이거스 공화당 유대연명의 연례 총회 참석도 포함되어 있는데 , 이는 모두 미국의 보건 당국이 국민에게 참석하지 말라고 권유한 종류의 행사들이다.

73세 노인인 트럼프대통령은 보건부의 코로나19 지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악수를 하거나 대중 연설을 계속하고 있으며 보건당국의 노인들에 대한 주의사항 역시 어기고 있다.

트럼프의 이런 행동이 그 동안 소규모 집회에만 참석하는 등 최근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던 바이든 후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바이든은 언제나 포옹과 악수, 심지어 유권자와 이마를 마주 대는 등 감성에 호소하거나 신체접촉을 하는 선거운동으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19는 선거운동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대선 토론회도 청중 없이 치러야하고 애리조나에서 15일 치러지는 민주당의 다음 후보토론회처럼 두 후보가 아예 지지자들에게 참석하지 말도록 예고하기도 한다.

제일 큰 문제는 투표율이다. 유세장은 안나와도 투표장에 나오지 않으면 선거 자체가 타격을 입게 된다. 특히 바이든의 경우에는 노인층 지지자들이 대거 투표에 불참할 경우 주요 표밭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참모들은 말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모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기피할 경우, 투표하는 사람이나 진행요원, 개표 종사원들이 모두 줄어들어 선거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고 바이든 선거본부에서는 말하고 있다.

이미 오하이오와 시카고의 선관위는 노인 센터나 요양원 등에 설치하기로 된 투표소를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고 예고했다. 이런 곳이 계속 늘어날 경우, 노인층 유권자들이 투표에 혼란을 겪거나 투표하기가 힘들어서 기권할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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