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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금융위, 즉시 시스템 리스크 점검 나서라

코로나 위기 극복하려면
금융이 실물 버팀목 돼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가 현실이 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1일(현지시간) 코로나19 사태를 팬데믹으로 규정했다. 바이러스 감염이 온 세상에 퍼졌다는 뜻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대국민연설을 통해 유럽발·미국행 여행을 한달간 금지했다. 한국 정부도 13일 프랑스·스페인 등 유럽 5개국에서 오는 여행객에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경쟁적으로 문에 빗장을 지르고 있다.

어쩔 수 없다. 격리·봉쇄·차단은 바이러스와 싸우는 원시적인, 그러나 효율적인 수단이다. 문제는 빗장이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이다. 사람 이동을 제한한 결과 벌써 항공·여행·관광산업에서 비명이 터져나온다. 짜임새 있게 돌아가던 수요·공급망도 헝클어질 조짐을 보인다. 당분간은 이런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세가 언제 꺾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코로나19 사태)은 금융위기가 아니다"라며 "단지 한 국가, 한 세계로서 함께 극복할 일시적 순간"이라고 말했다. 맞다. 금융위기가 아니다. 불행히도 이는 어쩌면 금융위기보다 더 나쁜 코로나 위기다. 불확실성 면에서 전염병 위기는 금융위기를 압도한다. 낙관론자들은 코로나19 사태가 굵지만 짧게 끝날 걸로 본다. 그 예로 2000년대 초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든다. 비관론자들은 이번 사태가 굵고 길게 갈 걸로 본다. 사스가 국지전이라면 코로나19는 전면전이라는 것이다.

당장 한국 경제가 걱정이다. 가뜩이나 체력이 떨어져 있는데 난데없이 핵주먹이 날아온 꼴이다. 최상책은 하루속히 코로나19를 물리치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사라지면 경제도 살아난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이는 소망일 뿐이다. 우리만 물리친다고 될 일도 아니다. 차선책은 재정·통화 정책을 동원하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가 11조원 규모로 짠 추가경정예산을 늘리는 것도 진지하게 검토하기 바란다. 정부가 동의하면 증액이 가능하다. 한국은행은 좀 더 느슨한 통화정책을 펴주기 바란다.

금융위원회도 할 일이 있다. 코로나 위기가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지지 않도록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1600조원에 가까운 가계부채, 670조원 규모의 자영업자대출이 특히 걱정이다.
기업대출, 그중에서 중소기업대출도 잘 살펴야 한다. 실물이 어려운데 돈줄까지 막히면 최악이다. 금융당국은 은행 등 금융사들이 현 위기를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즉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