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신종플루,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 과거 감염병 사례에 비해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코로나19 여파로 확대된 금융시장 변동성도 회복속도가 과거에 비해 느릴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은행은 12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0년 3월)'에 수록된 '코로나19 확산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현재 중국은 세계 최대 교역·관광교류국인 데다 글로벌 분업구조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코로나19가 여타 국가로도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영향이 과거보다 클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코로나19가 실물경제에 내수, 서비스교역, 재화교역, 제조업 생산차질 경로를 통해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우선 가계의 경제활동 위축으로 문화, 여가, 외식 등의 서비스를 중심으로 국내소비가 상당 폭 둔화된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기업 투자심리 약화로 설비투자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 외국인 관광객 감소로 인해 서비스 수출이 줄어들고 내국인의 해외여행 감소로 서비스 수입과 민간소비가 위축이 불가피하다.
교역 측면에서 보면 중국경제 둔화에 따라 우리나라의 대중국 재화수출이 감소하고 글로벌 교역 부진으로 여타 국가로의 수출도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중국 내 생산기반 회복이 상당 기간 지연될 경우 '글로벌밸류체인(GVC)'의 교란으로 이어지면서 국내 제조업 생산에 차질이 예상된다. 실제 한은은 코로나19 여파를 반영해 2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을 2.1%로 전망했다. 직전 전망(11월) 대비 0.2%포인트 하향조정한 것이다.
한은은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국내 금융시장에 대해서도 회복이 늦을 것으로 봤다. 한은에 따르면 과거 감염병 확산 시에는 금융시장 가격변수들이 충격 발생 후 13거래일 이내에 직전 수준을 회복했다. 예외적으로 사스 당시의 장기금리가 회복되기까지 2개월 이상 걸린 바 있다. 반면 코로나19 확산이 진행된 1월 말을 시작으로 주가와 장기금리 모두 3월 들어서도 직전 수준을 크게 하회하고 있다.
아울러 외국인 증권투자는 채권과 주식이 다소 상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투자의 경우 코로나19 확산 이후인 지난 1월 21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외국인은 현물채권 투자를 3조7000억원(보유잔액 대비 3.0%) 확대했다. 반대로 같은 기간 주식투자의 경우 5조4000억원 규모의 국내주식을 순매도했다. 한은은 "중국의 세계 경제 및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 우리나라 경제와의 연관성 등이 과거보다 크게 높아진 가운데 감염병이 국내외에서 빠르게 확산되면서 실물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고 전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