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인근 '원룸촌' 일대에 임대를 알리는 팻말이 붙어있다. 3월 신학기 시즌이 지났음에도 대학가 일대 원룸촌은 코로나19여파로 빈 방이 넘쳐난다. /사진=김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중국인 학생들이 한국에 못들어오겠다며 방 계약을 취소하고, 말도 못해요 지금"
코로나19 여파로 대학가 원룸촌에 찬 바람이 불고 있다.
개강 연기와 더불어 온라인 강의까지 더해지면서 예전의 활기찬 대학가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당장 오는 16일이 개강이지만 미리 계약을 했던 외국인 학생들이 입국을 거부하면서 원룸촌 뿐만 아니라 주변 상권까지 얼어붙었다.
■"월세 12만원 내렸어요"
13일 고려대 인근 개운사길 '원룸촌'에는 학생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미 가득 차 있어야 할 원룸과 하숙집 앞에는 '빈방 있음' '원룸 임대'라고 적힌 전단지 및 알림 등이 여기 저기 붙어 있었다.
준공 1년밖에 되지 않은 한 신축 오피스텔형 원룸 주인은 "코로나19 때문에 중국인 학생들이 한국에 못들어온다고 해 계약이 취소돼 빈 방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중국인 학생들이 계약금을 포기하고 방을 취소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이 원룸 계약 취소가 잇따르자 일부 주인들은 급기야 월세를 내리기도 했다. 대학 새내기 또는 자취생들이 몰리는 신학기를 앞두고 월세가 내려가는 것은 이례적이다.
대학가 투룸 물건을 내놓은 집주인은 "도배도 새 집처럼 다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계약하려던 학생이 취소해 버렸다"며 "여기에 개강마저 연기되면서 방을 보러 오겠다는 학생도 적어 월세를 보증금 1000만원에 월 97만원에서 85만원까지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온라인 부동산 중개플랫폼 다방이 지난 10일 발표한 임대시세리포트에 따르면 원룸(전용면적 33㎡ 이하)의 평균 월세 가격이 전달보다 떨어졌다.
중국인 학생들이 가장 많은 경희대가 위치한 동대문구 회기동의 경우 전달 대비 9%(4만원) 하락한 43만원, 서울대 인근 관악구 신림동도 월세 평균가가 5%(2만원) 하락한 38만원으로 집계됐다. 고려대 인근 성북구 안암동도 같은 기간 5%(2만원) 떨어져 42만원, 한양대 인근도 4%(2만원) 떨어진 46만원을 기록했다.
13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인근 '원룸촌' 일대에 임대를 알리는 팻말이 붙어있다. 3월 신학기 시즌이 지났음에도 대학가 일대 원룸촌은 코로나19여파로 빈 방이 넘쳐난다. /사진=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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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줄취소 "앞으로 더 걱정"
신학기에 맞춰 가게 오픈을 준비하던 식당 등 상가도 주변 학교 교직원 등이 잠시 붐비는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한산해 대학가 상권도 코로나19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전후로는 대학가에 새내기 환영회를 비롯한 각종 단체 모임이 많아 단체 예약이 쏟아지는 시기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개강 연기를 비롯해 각종 단체 행사를 취소해 대학 인근 상권은 더욱 침체된 분위기를 보였다.
동대문구 소재 호프집을 운영중인 업주 B씨는 "개강하면 학생들이 이런 저런 모임으로 단체 예약을 하는데, 단체 손님들이 확실히 줄었다"며 "최근 코로나19로 확진자가 일대에서 추가로 확인됐다고 하는데 더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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